단군 이래 최대 사건이라는데…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7월 30일(수) 19:45

요즘, 광주 도심 한가운데, 구 도청 근처를 지날 때면 조바심이 난다. 내년 개관할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 문화사업이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차근차근 위용을 드러내고 있지만, 답답하다. 사람 살 집은 지어졌는데, 그 집에 어떤 규모의 살림을 넣을 것인지, 누가 살 것인지 아직 그림을 덜 그렸기 때문이다. ‘무엇을 채울 것인가’ ‘어떻게 채울 것인가’ ‘누가 채울 것인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건물 다 지어놓고도 다시 해야 하는 것 자체만 봐도 순서가 한참 틀렸다.

‘저 집에 누가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이다’는 구체적인 전략이 미리 세워지지 않으면서 광주시민 뿐 아니라 국민의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사업’에 관심도는 바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해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우리의 현주소가 보인다. 국가 사업임에도 우리 국민의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대한 인지도는 26.5%에 불과하다.

현재 추진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오는 8월까지 전당 운영에 관한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법인화 여부 및 기본 운영계획 등을 놓고 대내외 견해차가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어, 여전히 충분한 의견 수렴과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아무리 훌륭한 건물도 운영하는 주체와 운영방식에 따라 무덤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될 수도 있다. 너무 관료 중심으로 운영하다보면 창의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렇다고 민간에게 모두 맡긴다면 시스템의 효율적인 조율이 어려울 것이다. 하드웨어 부문과 관련해 창작과 제작, 극장 부문 등으로 나누긴 했지만 좀더 정교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특히 누가 운영할 것이냐를 놓고 9월 국회에서 입씨름이 있을 모양이다. 추진단 측은 현실적으로 법인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광주의 입장은 국책사업으로서 위상 악화와 공공성 훼손, 그에 따른 재정 자립 실패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시점에서 광주시는 문체부가 지난해 제출한 ‘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개정안이 9월 국회에서 다뤄지기 전에 입장을 모으고 전달해야 한다. 윤장현 시장은 재정지원이 담보되지 않는 법인화에는 분명히 반대해야 하며 8월중에 문체부 법률안을 저지할만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운영주체를 놓고 정부와 광주시 및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기만 하고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전당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시설로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누가 운영할 것인지에서부터 파행을 겪고 인력 채용 등 개관 준비사업 전반에 차질을 겪게 된다. 문체부 장관과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이 부재중인데다 특별법 통과까지 갈 길이 험난해 자칫 부실한 개관으로 초기 흥행에 실패할 경우 문화전당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버릴 수가 없다.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빨리 서둘러야 한다. 지금처럼 특별법은 국회의원에 맡기고 전당 개관과 내용은 정부에 맡겨놓은체 손 놓고 있다보면 광주시민의 원하는 ‘그림’에서 멀어질 수 있다.

하루빨리 ‘범시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문화단체, 시의회, 전라남도, 전라북도를 아우르는 대책본부를 설치해야 한다. 광주시장을 중심으로 지역민의 역량이 총집합되어 하나의 목소리를 낼때 전당은 ‘우리의 그림’이 될 수 있다.

대책 본부가 꾸려지면 제일 먼저 국회에서의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새누리당을 설득하고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9월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통과에 올인 해야 한다. 광주시민이 원하는 대로 문화전당을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하면서 재정지원을 강제로 묶어 두지 않으면 초기에 정착하기가 어렵다. 광주시는 물론 지역정치권 모두가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 꼭 이뤄내야 할 일이다.

동시에 대책본부는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매일 논의해야 한다. 시설 중심을 벗어나 콘텐츠를 중심으로 국적, 인종, 예술장르를 한데 묶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다양한 집단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모여 각자가 가진 문화예술 자원, 기술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에 기반을 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도록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문화예술의 핵심기지이자 광주의 정신을 잇는 사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 연구하고 또 모색해야 한다.

광주시는 지금 광주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의 탈바꿈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놓여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 광주에 가장 필요한 영양분은 ‘광주정신의 도도한 숨결’이다. 광주정신이 문화도시로 성장해 아시아인의 길잡이가 되려면 지금 그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