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라면 믿겠냐?” 검·경 불신 자초 정부·경찰·국과수 발표 불구 설왕설래 증폭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
| 2014년 07월 31일(목) 20:03 |
검찰, 경찰은 물론이고 국립과학수사대에서까지 발견된 사체가 ‘유병언’이라고 확인했음에도 국민들 대부분이 선뜻 이를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혹은 확인할수 조차 없는 소문들만 진원지 없이 계속 커져 참다 못한 경찰이 관련자 처벌에 나서겠다고 밝힐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사법기관 불신에는 검경 스스로가 자처한 결과라는 자성론도 만만치 않게 일고 있어 향후 검찰과 경찰의 국민 신뢰 회복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31일 경찰청은 “유씨의 사망과 관련해 근거 없는 낭설이 퍼져 사회 혼란을 일으킴에 따라 인터넷상 허위 글에 대해 내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씨 시신을 정밀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라고 밝혔으나 인터넷에 ‘국과수가 남의 시신을 가져다가 유씨 시신이라고 우기고 있다’, ‘국과수가 발표한 유씨 시신의 엑스레이 손가락 사진도 조작됐다’는 등의 글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게시글을 선별해 IP 추적 등을 통해 게시자를 추적, 인터넷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사이트 관리자에 해당 글을 삭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경찰청 뿐만 아니다. 유병언이 사망하고 관련자들이 잡히면서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 일선 경찰서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민 불신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전배 광주경찰청장은 “(유병언과 관련해) 몇 시간이라도 말할수 있다”면서 “확실하게 유병언이 맞는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장 청장은 “돼지를 가지고 부패 실험을 할 경우 6월임에도 날씨가 덥고 습하면 녹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부패가 빠르다”면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형사도 있고 모르고 있는 형사도 있는데 한쪽 말만 진짜인 것처럼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상적인 절차를 초기에 밟지 못한 경찰의 잘못도 있지만 이렇게 까지 국민들의 불신이 클 줄은 몰랐다”며 “향후 경찰의 신뢰 회복이 광주청 운영의 핵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불신이 사법기관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지역 한 법조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 초기부터 정부와 사법기관들이 작은 잘못들을 여러번 저질렀고 이것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이들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된 것 같다”며 “특히 유병언 검거 작전에서 제대로 된 검찰의 발표가 전무하면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모 경찰서 형사는 “과거에는 검경의 말은 못 믿더라도 국과수의 말은 믿었는데 지금은 국과수 발표도 믿지 않는 것 같다”며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채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는 경찰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풍암동에 거주하는 정모(43)씨는 “솔직히 사건 초기에 여러 의혹이 있었고 이를 해소 시키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해당 기관들이 해소보다는 강요만 했다”며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지금 검경이 믿으라고 해서 믿는 시민들은 그리 많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