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바라는 지역 민심 읽어야 오수열 (조선대 교수·정책대학원장) kjdaily.com

2014년 07월 31일(목) 20:16

전국적으로 15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이라고 불린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11곳에서 승리한 반면, 야당은 4곳에서만 당선자를 낸 가운데 끝났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의 무승부 이후 민심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총선에 버금가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선거에서 여당과 야당의 명암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인사파동과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여당의 미숙한 대처에 대한 여론악화라는 좋은 여건 속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야당의 지도부 교체를 포함해 정국의 흐름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년 가까이 기호 2번 이외의 후보에게 등을 돌렸던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기호 1번 새누리당 후보에게 당선의 월계관을 씌워줬다는 것은 단지 의석 1석의 의미보다 훨씬 큰 정치적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새정치연합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째, 변화를 바라는 지역민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있다. 지역민이 바라는 변화는 무엇인가. 밤낮없이 정권 심판론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새정치연합은 이 부분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둘째, 여러 곳의 전략공천에서 파생된 잡음은 지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었고, 정치적 무관심을 증폭시켰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임과 동시에 ‘지역대표’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정치인은 자기가 정치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지역에서 최선을 다해 당(黨)의 판단을 구하고 유권자들에게 심판받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새 인물 충원’이라는 미명하에 이 원칙을 깨뜨렸다.

특히 광산을 지역의 경우 나름의 지지 기반을 가진 것으로 얄려진 천정배 후보와 새인물의 이미지를 가진 기동민 후보 등 이미 예비후보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후보를 결정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의 지도부는 정당을 운영함에 있어서 항상 전국적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정인을 특정지역에 공천하는 것이 여타 지역의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산을에 대한 공천이 수도권 접전지역에 미쳤을 영향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이변은 단연코 순천·곡성 지역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당선이라고 하겠다. 이는 크게는 1970년대 초 전국정치에서 동서 지역대결구도가 나타난 이후 광주·전남 지역민이 보인 최대의 정치적 태도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정치권, 특히 정부·여당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지속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선거운동 내내 중앙당 차원의 지지를 사양하고 ‘나홀로 운동’에 몰두한 이정현 후보의 모습에서 보듯이 아직까지도 새누리당에 대한 지역민의 태도는 우호적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바라건데, 이번 변화를 계기로 광주·전남지역에 대한 집권층의 부정적 시각이 완화되고, 이를 통해 동서 지역화합의 물꼬가 터짐으로써 유권자의 선택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