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새정치 앞날 ‘시계제로’ 안철수·김한길 동반퇴진…비대위체제 전환 ‘텃밭’ 호남 경고 메시지에 당 지도부 ‘패닉’ 서울=김진수 기자 jskim@kjdaily.com

2014년 07월 31일(목) 20:31

7·30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사퇴를 결의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7·30 재·보선 참패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합당 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순천·곡성에서의 패배는 수십년간 ‘텃밭’으로 여겼던 호남의 유권자들이 더 이상 무조건적인 애정은 없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경고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당장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동반 사퇴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당의 앞날은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상태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면서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의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안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면서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6일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제1야당 새정치연합의 ‘김·안 투톱 체제’는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불과 4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두 공동대표에 이어 나머지 최고위원단도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의결했다. 주승용 사무총장도 이번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곧 비상대책위 출범 등 비상체제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당내 지형의 전면적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당헌당규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가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제1야당의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임시 지휘봉을 잡게 됐지만, 본격적인 비대위 체제 전환시 당의 재건작업을 이끌 ‘비상대권’을 누가 맡게 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당초 선거에 패배하면 친노(친노무현)·486·정세균계 등 김·안 신주류 측과 대척점에 서 있던 구주류가 공천실패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곧바로 ‘조기 전대론’을 공론화시킬 것으로 점쳐졌으나, 아직은 ‘폭풍전야’의 전운만 감돌뿐이다.

선거 완패의 1차 책임은 공천실패를 자초한 김·안 지도부에 있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계파갈등이라는 당의 고질병으로부터 당내 인사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기 2년의 차기 당 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돼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간 양보 없는 주도권 다툼이 또 다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당내 계파 간 역학관계 속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박주선 전 최고위원 등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차기 당권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도 관심거리이다. 그동안 호남의 구 민주계 정치인들은 ▲친노그룹 ▲486그룹 ▲김한길·안철수 신주류 등에 밀리면서 지역적으로는 최대 지주이면서도 당내 ‘소외그룹’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앞으로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을 토대로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에 나서지 않는다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승리도 기약하기 어려운 궤멸 수준으로까지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당 체질을 뿌리째 바꾸는 근본적 쇄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김진수 기자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