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 도정 현안 굵은 방향 정하고 나머진 일임” 취임 한달 맞은 이낙연 전남지사 취임이후 공직 사회에 대한 믿음 많이 생겨 지사는 직접 나서기 보다 직원 일하게 해야 일자리정책실, 종합 컨트롤타워 기대감 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4년 08월 03일(일) 20:24

이낙연 전남지사가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났다. 정치부 기자, 4선 국회의원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도백(道伯)이란 자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터다. 이 지사의 생각과 구상은 향후 4년간 전남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 지사의 동부권 방문 일정에 동행, 취임 한달의 소회와 정치 문제, 도정 방향 등에 대한 진솔한 속내를 들어봤다./편집자 註

▲취임 한달이 됐다. 취임 후 전남도정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 있나?

-달라진 것은 공직사회에 대한 시각이다. 공직사회를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좋은 자극을 주고 일할 수 있게 만들면 지금보다 큰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공직자들에게 지도자들이 방향을 잘 제시해주기만 한다면 역량을 더 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자, 정치인으로서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은?

-사건과 사물, 사안을 볼 때 그 이면이 뭘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양면을 다 보려고 노력했다. 어떤 주장을 들으면 반론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양쪽 다 들으려고 노력한다. 기자생활을 통해 얻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득이다. 햇병아리 기자 시절 5·18을 보도할 수 있는 위치에도 있지 않았지만 군 검열 시대여서 보도하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 정치인으로서 지역 현안 하나씩 해결되는 게 보람이자 희열이다. 초선 때 국도 77호선이 지방도였는데 예결위에서 지적해 국도로 승격시켰다. 그 덕에 전남에만 떨어진 국비가 7천억원 정도다. 앞으로도 7천억원이 더 오게 돼 있다. 안타까운 것은 호남의 왜소화, 호남의 위축을 멈추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호남 정치의 고립과 쇠퇴 원인은 무엇인가?

-총체적인 위축이라고 봐야 한다. 경제력 위축, 인구 감소, 문화 쇠퇴, 정치적 위상의 저하 등이 동시에 온 것이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그만큼 무게 있고 매력있는 지도자감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물론 있을 것이다.

▲호남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도백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주민들의 아쉬움을 잘 알고 있다. 역량이 출중하지 못하지만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해서 서운함을 씻어드리도록 신명을 바치겠다. 국가적 지도자의 탄생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본인이 비상하게 노력하고 위기를 이겨내고 이를 통해 신뢰를 얻어야 겨우 작은 지도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조급하게 보지 말기를 바란다. 옥석을 가려 인물을 보고 키워줄 가치가 있다면 키우고 그렇지 않다면 교체하면 된다. 괜찮은 사람이라면 정성을 모아 과감히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 또한 정치인들도 지금보다 훨씬 단결해야 한다. 지역 문제 단결하고 서로 인물 아껴주고 그래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본보 김재정 기자가 지난달 31일 행사 참석차 순천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낙연 지사를 인터뷰하고 있다.

▲좋은 정치란?

-신뢰다. 국민들이 저 사람이라면 믿음이 간다고 하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말과 행동, 결과가 모두 뒷받침돼야 신뢰가 싹트고 축적된다. 말로는 꿈을 드리고, 끊임없이 결과를 내놓고 국민들께 응답해드려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사제의 행동방식으로 3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대중 앞에서 대중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둘째 대중 속에서 대중을 화합하게 하고, 셋째 대중 뒤에서 누구도 버림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절묘한 말이다. 제가 지향하는 지도자상이다. 제가 전남도정을 맡게 된 것은 정치 인생의 2막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한다.

▲취임 초 실·국장 토론회에서 ‘보고’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공무원 뿐만 아니라 J프로젝트 사업 시행자들에게도 지적했었다. 보고를 받는 사람에게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이냐, 보고받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게 할 것인가 타게팅, 표적을 정확히 해야 한다. J프로젝트에 관심 갖는 사람이 걱정하는 게 2가지다. 골프장이 이렇게 많아도 될까. 또 골프장 만으로 될 것인가다. 그런 것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보고를 받으러 갔으면 확신을 갖게끔 하는 보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J프로젝트 지구 2곳 모두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청와대에 있다 보니 영남 사람들은 안도와줄 수 없게 보고하는데 호남은 도와주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지 모를 보고만 한다.’ 그 말씀에 이제야 실감한다.

▲동부권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이유는?

-동부권 주민들이 전남도정에 대해 많이 모르시고 서운해 하고 있다. 도정을 좀 더 알려드리고 서운함을 해소해 드려야 한다. 한 두가지 사업으로 되는게 아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전남도가 지역간 편차 없이 하다 보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동부권에서 근무하겠다는 공약이 사실 벅찬 공약이긴 하지만 아직 깨지지 않았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지사가 지시하는 일만 잘 처리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 도청이 수동적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지도자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 (직원들이)일을 하게 하는 사람이다. 지도자가 많은 일을 함으로써 부하들의 일할 마음을 위축시키는 것은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 지도자가 일을 덜 하더라도 아랫사람이 일하게 하는 것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의무다. 5-6개 중요한 도정 현안에 대해 굵은 방향을 정하고 나머지는 일임할 생각이다. 세세한 것에 대해 언급할 때는 지시가 아니라 지적인 자극을 드리는 정도가 돼야 한다. 구체적 지시가 아닌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하다. 지시가 너무 많으면 혼란스러워진다. 지사가 할 일은 훨씬 더 멀리, 높게, 넓게, 깊게 보는 것이다. 일상적인 일까지 지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여수 경도 사업에 대한 입장은?

-전남개발공사와 기획조정실에 제3의 사람들에게 진단을 맡기고 대안까지 제안케 하라고 지시했다. 전남개발공사가 경도사업을 맡은 것은 민간에게만 맡겨놓자니 진척이 안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답답한 상태를 깨고 자극을 주기 위해 공공섹터가 무리하게 투입이 됐다. 결과적으로 공공에 너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무작정 손을 떼면 이도 저도 안될 수 있고 여수시민이 보기에 전남도마저도 관심을 거뒀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연착륙이 필요하다.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논의가 물밑에서 약간씩 시작되고 있다. 제3의 사람들, 제3의 기관에 진단을 의뢰하고 대안을 제안받아야 한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안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신중해야 한다.

▲남악신도시 오룡지구 개발에 대한 문제 지적도 적지 않은데?

-지나간 일을 캐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미 일은 그런 식으로 됐고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오룡지구 역시 제3의 기관에 진단을 맡기기로 했다. 전남개발공사가 8월까지 보고하겠다 해서 개발 당사자가 진단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제3의 기관에 맡기는게 좋겠다고 지시했다.

▲산하 공기업, 출연·출자기관장에 대한 입장이 애매하게 보이는데?

-솔직히 애매하다. 기관장의 임기는 존중한다. 그러나 경영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임기제를 도입한 이유는 지사나 도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소신있게 일을 추진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기는 존중되는게 원칙이다. 그렇다고 임기 중에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업무와 경영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는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책임경영체제 확립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기획조정실에 지시했다. 일을 잘못하면 기관장이 그만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임기만 믿고)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출자·출연기관 토론회 때 했던 이야기는 (기관장이)업무 결과에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잘못 생각하고 안심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몇 달 내에 뭔가 보이지 않겠나 싶다.

▲조직개편과 첫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게 일자리창출실이다. 향후 업무 방향은?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할 무렵 정책에 환경영향평가를 했던 것처럼 개량화하진 않더라도 일자리영향평가 같은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정책을 선택하고 추진해야 한다. 일자리창출실 책임자를 고위 직급으로 한 이유는 정책 의지를 강하게 하고 싶어서다. 일자리 문제는 다른 실·국, 여러 실·국과 관계된다. 도청내 지원부서를 제외하면 모든 부서가 관련돼 있다. 일자리창출실이 다른 부서를 좋은 의미에서 간섭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다. 도내에서 가장 유능하고 잘 훈련된 분이 그 자리를 자원했기 때문에 믿음직하다. 욕심으로는 일자리창출실을 통해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란 나의 꿈이 한걸음씩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제2 남도학숙은 구체화되고 있나?

-광주의 새로운 민선 6기 체제가 빨리 출범해 광주·전남 상생을 위한 실무협의회가 빨리 구성돼야 논의를 시작할 텐데 안타깝다. 제2남도학숙은 가장 빨리 상정할 의제 중 하나다.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 그리고 방식이 정해지면 설계에 들어간다던가 계획이 수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논의를 빨리 하려고 한다. 어려운 문제는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몇 가지 상생을 위한 조치는 빨리 하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의 통합 이야기도 일부러 한 것이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