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방관 행위도 중범죄다

2014년 08월 10일(일) 19:47

경기도 포천 빌라 살인사건의 피의자 아들이 학교도 안가고, 쓰레기 더미와 시신 썩는 악취가 가득한 집에서 생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법의 적용 범위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제의 집을 경찰이 통행 가능할 정도로만 대충 치웠는데도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19개가 가득 찰 정도였다고 하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지만 경찰은 쓰레기장 같은 집안에서 아이를 발견했고, 아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아이의 엄마인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신체적 폭력을 당한 흔적이 없고 경찰이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건강 상태를 진단한 결과 양호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아동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방임도 아동학대에 포함돼 있다고 하나 구체적인 규정이 부족한데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해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권자 외에는 가정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실효성 있게 보완돼야 한다. 다행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학대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신고의무자의 범위도 확대되고, 과태료가 상향되게 된다.

또 학대행위자에 대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아동보호전문기관장 등이 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돼 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법과 제도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아이는 존중받아야 할 독립적 인격체이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동학대는 물론 아동학대를 방관하는 일도 중범죄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