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 편한 ‘따뜻한 자치공동체’ 실천” 민선 6기 ‘참여복지 전도사’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거점형 마을 지자체 지원 복지개념 확장 권력 공유해야만 민주적 가치 구현 가능 공익활동지원센터·시설공단 출범 기대감 생명·공공성·자치 키워드로 구정 최선 광산=주형탁 기자

2014년 08월 10일(일) 20:39

프로필 ▲1961년 해남 출생 ▲목포고, 전남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남일보 논설위원 ▲전 지방분권국민운동 광주전남본부 공동대표 ▲전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 비서관 ▲민선 5기 광산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민선 5기 지방자치 복지의 새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지 사각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특히 이웃이 이웃을 보살피는 참여의 영역으로 마을복지를 확장했다. 민선 6기, 광산구가 나날이 확대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복지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는 이유다. 재선에 성공한 민 구청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그늘지고 아픈 이웃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민 구청장은 “국가 차원의 시혜적인 배분만으로는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마을이 거점이 되고 관이 지원하는 복지 공동체가 실효성이 크다. 참여 복지, 공동체 복지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복지 정책의 기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한달을 넘었다. ‘더불어 따뜻한 자치공동체 신광산’을 천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민선 6기에는 사회적 성장과 생활정치를 심화하고, 건강하게 키워내는 신광산을 향해 가려고 한다. 그래서 세운 것이 중기 구정운영 계획이다. 신광산의 방향은 ‘더불어 따뜻한 자치공동체 광산’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네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첫째는 사람살이가 편해야 한다. 그래서 ‘여유롭고 편리한 생활’로 잡았다. 두 번째 비전은 그 편리함이 도시공간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유지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욕망만을 추구하면 주민들의 관계가 평화로울 수 없다. 서로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세 번째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 세 가지 비전은 모두가 힘을 모아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주민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네 번째 비전을 ‘협동과 연대를 통한 사회적 성장’으로 잡았다. 이걸 구체화하기 위해 8개 분야, 40개 시책, 100가지 정책을 꼼꼼하게 마련했다.

▲주민 참여자치의 실현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전국 최초로 주민배심원제를 통해 수완동이 분동 대신 대동제로 결정됐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분권의 실현이다. 동을 나누거나(분동·分洞), 대동제(大洞制)로 하는 것은 단체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주민 의사를 물었다. 권력은 쪼개고 공유할수록 민주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주민은 관리, 통치의 대상이었다. 정부나 지자체가 결정하면 그냥 그대로 했다. 주민 목소리를 듣는 절차도, 반영하려는 의지도 없었거나, 있더라도 실효성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많은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집행하지만, 원하는 성과는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앞으로 직접민주주의로 관치의 한계를 극복해보려고 한다.

둘째는 주권자인 주민이 마을살이와 행정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지역의 미래는 그곳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그려야 효율이 높지 않겠나? 주민이 참여하면 성과가 더 풍성하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민선 5기에 증명했다. 주민참여가 늘어날수록 지역사회의 투명성과 건강성은 높아질 것이다.

▲평소 ‘주민이 결정하면 광산구는 실천한다’는 모토를 제시했다. 이 모토는 앞으로도 유효한가.

-당연히 그렇다. 이제 행정은 시대정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것을 구현해야 한다. 지금 시대정신은 관치에서 자치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사유에서 공유로, 국가에서 마을로 흐르고 있다. 지방선거 공약인 ‘무상급식’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주민이 결정하면 광산구는 실천한다’는 것은 직접민주주의를 지역에 뿌리내리겠다는 민선 6기의 의지이다. 직접민주주의는 결국 자치의 강화로 이어진다. 주민들이 모여 발언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이것이 민주주의를 강화해 공공성의 확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주민 토론으로 마을 현안 해결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더 좋은 자치공동체 주민회의’를 21개 동 전체에서 했다. 구청은 관여하지 않았다.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구청장이 동을 찾으면 ‘뭐를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이 일 해결을 위해 이렇게 할테니 구청이 무엇을 뒷받침해 줄 수 있냐’고 물으신다. 앞으로 직접민주주의를 구정 전반에 적용하고자 한다. 주민들이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정보를 미리 충분히 제공하겠다.

▲공공부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전국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민선 5기와 다른 각오가 있다면.

-민선 5기에 싹튼 자치와 참여의 성과를 민선 6기에는 더욱 심화시켜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뿌리내리게 할 방침이다.

민선 5기 구정은 주민참여와 생활정치를 바탕으로 사회적 성장을 도모했다. 구정 운영의 큰 원칙은 바로 ‘자치가 진보’라는 것이다. 동시에 진보는 참여를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에 ‘참여가 민주주의’라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 자치구의 임무는 주민 삶을 평안하게, 지역을 평화롭게 가꾸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 일궈야 한다.

예를 들면 복지예산이 늘고, 공청회를 자주 해도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다. 이것은 관치의 한계이다. 관치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이 바로 참여와 자치이다. 보다 나은 구정, 보다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자치인데, 민선 6기에는 이전의 참여와 자치로 일군 성과를 심화해서 더 살기 좋은 광산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광산구는 신흥주택지역으로 인구 증가가 두드러진다. 40만 구민을 위해 의회와 관계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구와 구의회가 얼마나 제 역할에 충실하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향방이 결정된다. 광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단체장과 시·구의회를 석권했다.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하면서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별 문제는 없다고 본다. 광산의 민선 5기를 돌아보더라도 구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었지만, 공익활동지원센터와 시설관리공단이 출범하기까지 오랜 기간 구의회의 검토를 받았다. 또 이번 선거에서 치열한 자치활동가들이 구의회에 진출했다. 이분들과 당적은 같지만 치열한 토론도 벌일 것 같다. 구와 구의회가 주민들께 풍성한 성과를 돌려드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

▲취임식을 대신한 직원 전체회의에서 보트피플을 구한 전재용 선장의 이야기를 담은 동영상을 공직자들과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취지에서 였나.

-전재용 선장은 1985년 참치잡이를 끝내고 부산으로 귀항하던 중 베트남을 탈출해 망망대해를 떠돌던 보트피플 95명을 구했다. ‘무시하라’는 회사의 명령을 어긴 전 선장은 귀항 즉시 해고됐지만 “불이익을 감수하고 생명을 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선장의 선택은 사람 우선, 생명 존중,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치공동체의 정신을 구현했다고 본다. 우리 공직자들이 전 선장의 태도를 항상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동영상을 공유했다. 앞으로 광산구는 생명과 공공성 그리고 자치라는 키워드를 실천할 것이다. /광산=주형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