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작품 논란, 오락가락 광주시 문화행정

2014년 08월 11일(월) 20:25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여러모로 시련을 겪고 있다. 80년 5월 ‘광주정신’을 기리고자 야심차게 기획한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의 전시가 유보된 데 이어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는 등 잇단 악재가 돌출되고 있다.

사실 이번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화백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에 대해 광주시가 수정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광주시의 입장에 대해 지역 예술단체들이 반발했고 급기야 다른 전시작가들까지 출품한 자신의 작품 철거를 선언해 ‘민주인권도시 광주’와 ‘광주비엔날레의 창조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문제의 걸개그림 전시를 일체 불허하고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후 다시 윤장현 광주시장이 입장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결국 전시 여부 결정은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넘겨졌고, 큐레이터 회의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전시를 유보하게 됐다.

현재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사장은 광주시장이다. 모든 책임과 결정은 광주시장에게 있다. 현재 작가는 보수단체에 고발당했고 세월호의 아픔을 광주정신이 보듬어 아픔을 치유한다는 작품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마당에 박 대통령을 풍자한 일부분만 확대돼 논란을 낳은 점에 대해 광주시장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광주비엔날레 역시 이런 작품 논란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역량으로 20주년을 맞고 있다는데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 지난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된 남북한 단일국기 디자인 작품 역시 철거와 재설치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당시 광주비엔날레 측은 프랑스 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를 포함,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 가운데 하나로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남북 공동 입장을 기원하는 단일기 디자인을 문제 삼아 작품 11점을 철거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전시하기로 번복했다.

기준이 없이 오락가락하는 광주시 문화행정으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비약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광주시의 총체적 문화 행정의 마인드가 민주 인권의 도시, 국제 비엔날레를 치르는 문화 도시 광주를 표방하기에 적절한 수준인지 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