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비엔날레 사태 빨리 수습하라

2014년 08월 14일(목) 20:37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전시가 유보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문화단체가 성명서를 통해 작품 전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참여 작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에 참여한 작가 13명은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게 탄원서를 보내 “작가가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했으므로 더 이상 전시가 유보될 이유가 없기에 본래 공간에 전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16일까지 ‘세월오월’ 전시와 사퇴한 윤범모 전 책임 큐레이터 복귀가 되지 않으면 작품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작품 철거가 현실화되면 특별전 파행이 불가피하다. 전시계약이나 계약금 등 전시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전시 중간에 작품을 철거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 광주비엔날레가 시민 여론을 물어 결정하자는 ‘대토론회 카드’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작가들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광주비엔날레 측은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검열’을 시도한 광주시와 전시를 유보한 광주비엔날레, 이에 항의해 작품을 철거한 작가를 보는 광주시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5·18 광주정신을 걸고 마련한 특별프로젝트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은 5·18 정신의 핵심을 이룬다. 설령 작품의 풍자 강도가 세더라도 그런 비판을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전시 취지에 맞다는 의견에 대해 비엔날레 측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문제는 광주시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 광주시가 ‘검열’의 칼을 빼들어서 문제가 된 만큼 광주시가 시민에게 의견을 빨리 물어 풀어야 한다. 가장 광주다운 결정은 작품을 그대로 전시하는 것이다. 광주시와 재단은 홍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경우 정부 예산이 삭감될 거라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사전에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은 이상 과잉대응이다. 광주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 이래 원칙이 된 예술정책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