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문 계기 세월호 특별법 제대로 만들어야

2014년 08월 17일(일) 18:48

세월호 참사가 17일로 124일째를 맞고 있다.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재난시스템이 허울뿐이었다는 걸 전 세계에 민낯을 보인 후 대책 마련에 나선 정치권은 오늘도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유가족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뜨거운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며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기도하고 있다.

방한 첫날 14일 교황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으로 영접 나온 세월호 유족의 손을 맞잡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15일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유족과 생존학생 10명을 따로 만났고, 이들에게서 선물 받은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또 16일 광화문 시복미사 전 카퍼레이드 때는 차에서 내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30여일간 단식 농성 중인 단원고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꼭 안아줬다. 16일 일정은 세월호 유족에게 세례를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세례를 받은 이는 단원고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로, 그는 교황으로부터 단독으로 세례받은 첫 한국인이 됐다.

이처럼 교황은 방문기간 내내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며 그들을 기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30일 넘게 단식 농성중인 유족들의 처참한 얼굴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다. 세월호 특별법 표류를 방치하고 있는 청와대를 포함해 정치권의 모습에서 희망의 불빛은 보이지 않는다. 꽉 막힌 정국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대사관에서 집전한 첫 미사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치권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세월호 특별법안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여당이 세월호 특별법 쟁점인 특별검사 추천위원회 국회 몫 4인 구성이나 국정보사 청문회 증인 문제에서 먼저 탄력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교황의 세월호 유족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계기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