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자사고 갈등

2014년 08월 17일(일) 18:48

지역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광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논쟁이 일단락됐다. 송원고는 자사고 메리트인 성적 제한 규정을 삭제했고, 숭덕고는 전형요강을 학교가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자 아예 자사고 지정을 반납했다. 외형상 자사고인 송원고·숭덕고의 완패다. 그러나 뒤끝이 매우 씁쓸하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소통은 사라졌고, 합리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송원고도 허울뿐인 자사고로 남게 돼 광주에 사실상 자사고가 없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자사고는 장단점이 있는데다 갈수록 경쟁력이 요구되는 사회 환경에 비춰볼 때 일방적인 폐지는 능사가 아니라고 본다. 장휘국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시 교육청 입장에서는 진보적 가치를 성취했다고 평가하겠지만 반대평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교육정책의 일관성 결여도 문제다. 송원고는 5년 전 시교육청의 권유로 자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이번에 혼란에 빠졌다. 교육정책이 진보 혹은 보수성향의 교육감에 따라 확연하게 바뀌면서 현장에서의 불안감 확대는 물론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시교육청과 해당학교간의 조율과정에서 대화가 실종되면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점이다. 시교육정은 처음부터 해당학교가 사실상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사실상 백기를 요구한 셈이다. 숭덕고는 내년 전형요강에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강화한 자기주도적 전형을 요구하면서 시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다. 모두 학생들을 위한다고 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자칫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해당학교의 면학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학교당국과 학부모 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보문고 사태처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으로 학생들의 무더기 전학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땅에 떨어진 교육행정의 신뢰 회복에 만전을 다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