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정책 패러다임 바뀐다 전남 사파리아일랜드 등 박前지사 ‘테마섬’ 폐기 수순 섬 관련 업무 관광국→해수국으로 이동 개발에 초점 李지사, 고급 리조트·휴양지 조성 방향으로 선회할 듯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4년 08월 19일(화) 20:36

#1.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표 A씨는 지난달 말 이낙연 전남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남지역) 무인도를 하나 사고 싶다”는 말을 했다. A씨는 “상위 0.01%를 위한 최고급 별장지를 (전남 섬에) 조성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덧붙였다.

#2. 비슷한 시기, 또 다른 국내 대기업 그룹 총수 B씨는 계열사 임원을 통해 이 지사에게 “(전남의) 섬을 하나 지정해달라. 남프랑스같은 조경을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니스, 깐느, 모나코, 에즈, 고르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고급 휴양지가 밀집해 있는 곳이 바로 남프랑스다.

#3. 이와 관련, 이낙연 지사는 최근 광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가 섬 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차원이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섬 담당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A·B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낙연 전남지사 취임 이후 전남도의 섬 관련 정책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관광문화국 관광정책과에 있던 ‘섬가꾸기계’를 해양수산국 소속 ‘섬개발계’로 전환, 이동시키는 등 ‘섬 개발’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섬 관련 업무에 관심을 보이고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전남도도 후속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단 전남도는 국립공원 구역 내에 포함돼 있지 않고 경관이 뛰어난 곳을 중심으로 10개 가량의 섬을 선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개발 대상 섬을 20개까지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대기업 등 투자자가 왔을 때 ‘좋은 상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전남도의 섬 개발 정책은 이 지사의 구상대로 고급 리조트나 고급 휴양지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리조트나 휴양지의 경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신안 증도 엘도라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박준영 전 전남지사 재임 기간 추진된 사파리아일랜드 등 ‘테마섬’ 사업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테마섬 사업에는 민자를 제외하고 국·도비와 시·군비를 합해 1천억원이 넘은 예산이 투입됐다. 단, 테마섬 중 일부 잘된 곳은 보완, 추진키로 했다.

무엇보다 섬 개발 과정에서 공공 투자는 가급적 배제키로 했다. 대신 민간 투자 중심의 섬 개발 기본원칙을 세웠다. 이는 전남도의 섬 개발이 고급 리조트·휴양지에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반면, 1988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도서종합개발(국고 지원 70%, 물양장·도로 등)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테마섬 사업을 축소하면서 남는 예산은 섬 관광자원화에 투입하는 형태로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섬 개발의 공백을 메운다는 복안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남해안의 경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 만큼 1천개가 넘는 모든 섬을 개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민간 투자 중심의 섬 개발을 진행하면 리스크가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섬 관광상품화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휴가중이던 지난 9일 서울에서 세계적 리조트 회사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MGM Resorts International)의 월리암 스캇(William Scott) CEO를 만나 투자유치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