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맑은 미소가 사람과 사람을 잇다…화폭으로 행복을 나누다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모나스 광장의 여담> kjdaily.com

2014년 08월 20일(수) 19:48

박종석 作 ‘모나스광장’

다양한 삶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발품 여행은 고단한 여정일지라도 신선한 호기심 때문에 여독이 쉽게 풀어진다. 특히 생면부지의 이방인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며 안정감을 주는 은은한 미소라면 더욱 그렇다.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되어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인도네시아 국가의 이미지가 소시민들에게서 포근하게 느껴진다.



인도네시아는 동서로 5,100㎞, 남북으로는 1,900㎞이자 1만8천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꽤나 큰 나라다. 문화의 다양성과 통일성 안에서 고유의 전통을 보전하고 있기에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올 여름, 긴 일정은 아니지만 자카르타로 입국해서 반둥, 보로부두루, 족자카르타, 수라바야를 거쳐 발리섬 우붓과 롬복의 섬, 트라왕안, 딴중안 해변과 꾸따 해변을 마지막 코스로 꽤 빽빽한 일정이었다.

‘아줌마’

늦은 밤, 11시에 자카르타 스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입성해서 부르버드 택시를 타고 작사거리에 내린다.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족들이 어둠을 가르며 좁은 도로를 행진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나로서는 라마단 기간의 축제 행진이 아니면 야간 시위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그냥 즐기는 거란다. 매연으로 두통이 심해진다.

여행정보로 미리 검색한 숙소를 한 블록 사이의 골목을 바로 앞두고 1시간가량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경비원’

첫 번째의 안식처는 실내 모든 곳이 타이루 바닥으로 실용적 주거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체크 일을 맡고 있는 청년 무스의 차분한 목소리와 온화한 얼굴 표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러나 오는 도중의 시내풍경은 인구가 1000만이 넘는 도심 도로는 차가 거북이걸음으로 행진하듯 많고 매연으로 공기가 매우 탁해 빨리 벗어나고픈 심정이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숙소 앞 골목의 시골스러운 닭장에 날씬한 닭을 관찰하고 화선지에 그림으로 옮겨본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감비르역에서 다음 행선지를 예약하고 137m의 독립기념탑이 있는 모나스(monas) 광장에서 시선을 의식할 사이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먹을 갈고 화첩에 그림을 그린다.

‘정취’

수도의 중심부로 초대 대통령 스카르노의 독립선언문이 소장되어 있고 그의 지시로 기념광장이 세워 진 곳이다. 장기간의 철권통치와 여성편력이 심해 ‘악명 높은 바람둥이’로 평가 되지만 ‘독립의 영웅’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사후에도 국민들에게 대단한 추앙을 받고 있다. 드넓은 광장은 많은 경비원들이 여유롭게 시민들과 함께 한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그림을 그리니 경비원들이 다가와 자기를 그려 달란다. 구경하는 아줌마도 예쁘고 날씬하게 그려 달라고 한다. 그래서 속사로 몇 점 그린다. 그 사이 꼬마들이 둘러 모여 앉아 바라보며 신기한 듯 구경한다. 역시 어린 천사들이 나의 진정한 관객이다.

마음이 순수한 사람들은 그림을 좋아한다. 고흐가 곁에 있었다면 싫어하겠지만 고흐의 작품은 다 좋아한다. 다만 투자가치로 그림을 사고파는 컬랙션들과 권위적인 정치인들, 대기업 장사꾼들은 그림을 돈으로 환산해서 보는 경향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꾸다비치에서 동네 어린이들과 함께

명문대를 나와 처세술도 좋아야하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문화행정 관리들의 인맥을 잘 쌓아둬야 표면상 일류급 화가가 될 수 있다.

그 숨 막히는 미술계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저 자기의 생에 충실을 이행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결론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여행 중 그림을 그리면 대부분 서민들은 창작하는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을 보낸다. 그런 장소가 나에게는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생계와 무관하지만 보고 느끼며 행복의 미소를 공유하면 소임을 다한 것이다.

모나스 광장에서도 그랬다.

‘당당’

가끔 화가는 세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 스스로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다. 명쾌한 답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흔적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 이외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혼이 맑은 사람만이 마음에 빗장을 순간에 열 수 있는 단순함이 있다. 그 날도 그랬다. 피곤과 행복이 반죽되다보니 행복이 전체였다고나 할까?

그날 오후 3시 40분 승객들로 분비는 기차를 타고 인구 150만의 고산도시, 반둥(bandung) 역에 내린다. 그리고 또 그림을 그려야함이 나의 소명이니 그 사이 인정 넘치는 천사들의 만남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