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 대기업은 ‘쉬고’ 중기는 ‘일하고’ 내달 10일 첫 시행…기아차 등 대기업 5-6일 휴무 중소기업 시행률 14% 그쳐 ‘희비 교차’ 박탈감만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08월 25일(월) 20:32

#목포의 디자인 관련 소기업에 재직 중인 최은희(29)씨는 올해 추석연휴로 4일만 쉬게 됐다. 대체휴일이 처음 시행되는 명절이라 잔뜩 기대했지만, 회사 측은 “9월10일을 대체휴일로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 쉬고 싶으면 연차를 쓰라”고 통보했다. 이에 최씨는 “정부가 대체휴일을 만들었으면 모두 쉬게 하든지, 대기업이 아닌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이런 문제에서도 차별을 받게 돼 박탈감만 크다”고 씁쓸해했다.

다음달 10일 첫 시행되는 대체휴일제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희비교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25일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광주 소재 대기업 대부분이 올해 추석 연휴 다음날인 9월10일을 대체휴일로 적용키로 했다. 정부의 대체휴일제 도입과 관계없이 노조 합의에 따라 길게는 6일을 쉬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번 추석 연휴에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가 대체휴일을 적용해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쉰다.

광주은행도 대체휴일을 적용해 이번 추석엔 5일간 문을 닫기로 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광주공장은 대체휴일제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노사 협상을 통해 공휴일과 겹친 명절 때 연휴를 하루 더 늘려 쉬고 있어, 올해도 5일간 휴무한다. 여기에 대리 이하 직원들은 설과 추석 연휴를 4일로 규정한 임금 및 단체협상에 따라 11일 하루 더 휴가를 가게 돼 주말을 포함해 총 6일을 쉴 수 있다.

대체휴일제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새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으로 도입됐다. 설날과 추석 연휴 중 일요일과 겹치는 날이 있거나, 어린이날이 토·일요일이면 연휴 다음 날인 비공휴일이 대체휴일이다. 근거 법령이 관공서의 휴일을 규정한 것일 뿐이어서 민간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렇다보니, 노동인력과 자금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들에게 대체휴일은 ‘그림의 떡’이다.

실제로 이번 대체휴일을 적용하는 중소기업은 10곳 중 1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6-9일)에 이어 10일을 대체 휴일로 적용해 5일을 쉰다는 중소기업은 14%에 불과했고, 대체휴일을 적용하지 않고 4일만 쉰다는 중소기업이 66%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다 대기업 납품 기일 등을 맞추려면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것이 대체휴일을 주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광주 하남산단의 한 금속제조업체도 대체휴일에 일하기로 했다. 대체휴일에 대한 조업 일정 조정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이번 추석 연휴에 대체휴일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우리 공장 문을 닫을 수가 없어 일단 4일만 쉬기로 했다”며 “원청업체인 대기업은 그날 쉰다고 하지만, 우린 그 다음날 바로 납품물량 일정을 맞춰야 해서 일해야 한다”고 전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