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보릿고개…“떡값 커녕 월급도 못줄 판” 中企 47% “지난해보다 자금사정 곤란” 21조 정부 추석자금지원 혜택체감 미미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09월 01일(월) 20:23

추석 자금 방출 어디로… 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본점에서 자금운송 담당자들이 추석자금을 이송차량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하남산단의 한 중소기업 대표 이모(58)씨는 “경기불황이 한두 해 문제도 아니다 보니 명절이면 미수금이나 거래 대금을 받으려는 업체가 줄을 잇는다”며 “업계 내 자금경색 문제가 심각해서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소규모 디자인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49)씨는 “명절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명절 전이면 거래처에선 대금을 달라는 독촉이 잦아지고 직원 월급 등 써야할 돈은 늘어나는데, 정작 들어오는 돈이 없어 요즘 같은 시기를 ‘명절 보릿고개’라고 부른다”며 “직원들 ‘떡값’은 커녕 월급만 제때 줄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하소연했다.


광주지역 중소기업들이 올해도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추석을 5일여 앞두고도 자금 사정이 나아지질 않아 이번 명절에도 ‘보릿고개’ 신세라고 푸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가뜩이나 돈 쓸 곳 많은 명절엔 자금 확보가 중요한데 내수 부진 등으로 업계 내 자금이 순환되지 않아 애만 태우는 업체가 태반이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2014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업체가 전체의 47.2%였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업체는 2012년 48.7%에서 지난해 43.6%로 줄었다가 올해 3.6%포인트 늘었다. 반면 자금 사정이 원활하다는 업체는 13.7%에 머물렀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주요 원인으로는 ‘매출감소’(77.7%), ‘판매대금 회수지연’(52.8%)이 꼽혔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응답비중이 각각 9.5%포인트, 3.6%포인트 늘어났다.

경기불황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금융권의 신규대출 기피현상이 작년에 비해 더욱 심화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은행을 통한 자금차입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소상공인 35.7%, 소기업 25.9%, 중기업 19.7%로 기업규모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곤란 이유는 ‘신규대출 기피’가 50.2%로 가장 높았으며, ‘추가담보 요구’(40.3%), ‘신용보증서 요구’(30.0%) 등이 뒤를 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에게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올 추석 상여금 지급업체는 61.2%로 전년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상여금 지급수준 역시 크게 감소해 정액지급의 경우 작년 83만원에서 올해는 20만8천원 줄어든 62만2천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필요 자금은 업체당 평균 2억2천360만원 수준이지만 28.9%인 6천470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대기업들이 ‘상생’이라며 중소 협력업체들에 명절 자금을 조기 집행한다고 하지만, 그 혜택은 극히 일부 업체 얘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복잡한 납품구조가 얽혀 있는 산업 구조의 하층부에 자리한 영세한 업체들에겐 그 혜택의 몫이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가 이번 추석자금으로 21조원 가까이 푼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금을 얼마나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