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생물권·문화관광 자원 시민 품으로” ●국립공원 추가 지정 요구 봇물…광양 백운산은 찬성 우세속 소유권 이전 추진중 서울대와 입장차 지역 시민단체 학술림 사무소 앞 넉달째 목요집회 고로쇠·산나물 채취 제약 주민 반발 수면 아래로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2014년 09월 01일(월) 20:27

광주 무등산 이후 국립공원 추가 지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서울대 무상양도를 방지하고 우수한 생물권·문화관광 자원를 보존하기 위한 광양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광양 시민단체들이 서울대 남부학술림 사무소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목요집회 모습.

광양 백운산을 국립공원으로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무등산이 지난 2012년 12월 전국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탐방객 증가 등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추가 지정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는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24년만에 빗장이 풀린데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의 치유, 힐링을 위해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다.

백운산은 광양시민 15만명 중 8만3천여명이 서명에 참여하는 등 그 어느 지역보다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여전한 걸림돌이 있다. 서울대 측의 분명한 반대가 그것이다.

지난 2010년 법인화법이 통과된 뒤 서울대가 학술림으로 관리·운영되고 있음을 근거로 교육·연구에 필요한 필수재산으로 규정하고 학교 재산으로 무상양도해 달라고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교육부에 요구한 이후 ‘백운산 지키기’에 나선 광양시민들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해발 1천222m인 백운산 광양구역 학술림은 80㎢로 광양 전체 면적 458㎢의 18%를 차지하며 시민들은 이 토지의 가치를 1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광양시 광양읍 서울대 남부학술림 광양사무소 앞. 넉달째 목요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광양 시민단체와 의회 등 150개 단체가 돌아가며 참여한다.

“서울대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백운산은 광양 땅….” 대중가요 ‘독도는 우리 땅’의 개사곡까지 울려 퍼지면서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백운산국립공원추진위원회 측은 백운산을 광양에 달라는 것이 아니라 국유지로 남겨 국립공원으로 보존하자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도 얼마든지 서울대 학술림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술 연구 목적의 허가 신청이 반려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백운산은 일제 강점기인 1912년 동경 제국대학이 백두산·금강산과 함께 34년간 학술림을 설치, 운영해 오다가 해방 뒤 미군정청으로부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80년간(2026년 종료) 대부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백운산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생태적으로 연결돼 광양만에 이르는데 백두대간 생태축의 중요한 시점이자 종점이다.

맑은 물이 풍부해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수려한 자연풍경을 자랑하는 6개 계곡(어치, 동곡, 성불, 금천, 용지동, 중대리)이 있고, 전남에서 가장 높은 상봉(1천222m)을 비롯한 10개 고봉 아래 기암과 폭포를 지녔다.

자연 생태적으로는 희귀식물 34종(광릉요강꽃, 나도승마, 산작약, 세뿔투구꽃, 솔붓꽃 등)을 비롯한 980여종 식물과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16종(수달, 하늘다람쥐, 삵, 담비, 매, 독수리 등)을 포함 727종 동물이 분포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3개소(중흥사 삼층석탑, 옥룡사지, 옥룡사지 동백나무숲), 시도지정문화재 4개소(불암산성, 중흥산성, 중흥사석조지장보살반가상, 송천사지 회은장로비) 등 7개소의 문화재도 산재한다.

하지만 환경부가 2012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공청회까지 진행한 바 있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새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기획재정부 등은 토지 소유를 둘러싼 논란이 우선 해소돼야만 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백운산국립공원지정추진위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건의문 및 청원서을 발송하고, 국회와 기재부, 교육부, 환경부 등을 방문해 시민 서명부를 전달했다.

지난 7월에는 국민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을 면담하고, 지난달에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8만3천 서명부와 건의서를 전한 바 있다. 향후 중앙정부 앞 1인시위, 서울대 상경집회, 무상양도법 위헌 소송 제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광양시는 2012년 5월 백운산 일대 116.1㎢(학술림 107.8㎢ 포함)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전남도의회 결의안, 시장·군수 공동건의문 채택 등 연대에도 적극적이다.

국립공원 면적은 광양시 봉강면·옥룡면 등 5개면 84.8㎢, 구례군 간전면 등 30.0㎢, 순천시 1.3㎢의 국·공유지로 나눠진다.

주민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고로쇠와 산나물 채취 제약 등 사유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규제를 의식해 반대해 왔던 일부 주민 여론이 국가의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아 지역의 생태경관 자원을 보존하자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청정의 자연 공간에서 휴식을 찾고자 하는 여가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탐방객이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등 국립공원 효과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백운산국립공원지정추진위 관계자는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지역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며 “서울대 무상양도를 방지하고 우수한 생물권·문화관광 자원를 시민의 품에 안겨 보존하며, 브랜드 가치상승 및 탐방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공원 지정 논의는 광양 백운산을 비롯해 대구 팔공산, 부산 금정산, 울산 영남알프스(가지산), 무안·신안갯벌, 인천 강화갯벌 등지에서 활발한 편이다. 환경부는 내년 6월까지 국립공원 운영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김종민 기자 kim777@kjdaily.com

/광양=허선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