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계로 평화를 외치다 박윤모 칼럼 문화 愛 빠지다 kjdaily.com

2014년 09월 02일(화) 19:12

광주평화연극제 공연 작품 극단 청춘의 ‘그와 나’

지난 겨울, ‘안녕들하십니까?’란 평범하고 일상적인 물음이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울림을 던져주었었다. 이를 다시 ‘지금 여러분은 평화롭습니까?’에 대한 물음으로 바꿔볼 수도 있겠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엔가에서는 전쟁과 내전, 기아와 질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인간의 탐욕과 갈등으로 인해 살육과 살상이 자행되고 있다. 가깝게는 천금같이 귀한 자식을 보낸 군대에서는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인해 꽃다운 청춘들이 상처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개인의 삶과 직결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저 잠시 분노할 뿐 다시 일상의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평화를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예술은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지난 일요일 광주평화연극제가 열흘 동안의 대장정을 마쳤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광주, 세계로 평화를 외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국내외 13개 극단이 참여해 연극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했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광주평화연극제는 해마다 5월에 열렸는데 올해는 세월호 참사, 지방선거로 인해 연기되면서 8월에서야 막을 올릴 수 있었다. ‘광주와 평화’.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극축제이다.

우리 삶 속에 평화는 참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모든 주제를 아우른다. 크게는 세계평화, 국가평화를 작게는 사회와 개인,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속에서의 평화를 이야기 한다. 참가작들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평화의 의미와 범위를 가늠할 수 있다. 사회 국가의 폭력 속에서 다시 인간과 인간에게 행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다룬 극단 청춘의 ‘그와 나’, 국가권력에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단 Da의 ‘아버지와 살면’, 리어와 돈키호테의 만남을 통해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바꿔보기 위한 외침을 담은 극단 걸판의 ‘늙은 소년들의 왕국’, 상처받고 억압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극단 엔카운터&극단 연인의 심리치유극 ‘꽃자리’, 그리스 비극 왕비메디아를 재해석해 남녀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인간의 질투, 성차별에서 오는 비극을 다룬 일본극단 에즈코 씨어터의 ‘이웃 메디아씨’ 등 평화를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우리는 늘 평화롭기를 꿈꾸지만 막상 평화롭지 못한 상황(?)을 직면하는 것에 대해서는 막연한 거부감들이 있나보다. 그래서일까? 이번 광주평화연극제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그래서 광주연극인들은 아쉬움이 많다.

광주평화연극제를 광주국제평화예술페스티벌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 세계인이 광주에 모여 예술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고 꽃을 피운다면 진정한 인권도시로서의 광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꿈꿔본다.

이제 풍요롭고 평화로운 추석이 다가온다. 올해 추석에는 휘영청 밝은 슈퍼문을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이 가을 우리 모두의 평화를 꿈꾸며 이해인 수녀님의 시 ‘달빛기도- 한가위에’를 떠올려본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중략)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