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 빚어낸 찰나의 경이로움…‘무념무상’ 힐링이 저절로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10> 인도네시아<자연의 수명앞에 인간은 하루살이다> kjdaily.com

2014년 09월 03일(수) 20:24

박종석 作 ‘해맞이’

발리 우붓에서 호텔 할머니와 함께.

스스로 어느 목적지를 정했을 때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마냥 즐겁게 가야한다. 족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까지 5시간 기차로 이동하고 다시 프라바야로 버스를 타고 40분이 소요, 다시 봉고차로 2시간 30분, 그리고 다시 미니버스로 고산마을에 도착하는데 1시간 30분, 약 10시간을 이동해서 째모로 라왕의 산촌마을에 도착한다.

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총총하게 보이는 고산촌락이다. 다음날 새벽 3시에 기상해서 3시30분에 힘 좋은 지프 를 타고 사막분지를 달리고 산간도로를 힘겹게 오른다.

깜깜한 전망대의 새벽, 일출을 보기위해 100여대의 짚 차가 좁은 도로에 도열해 있다. 부난자깐 정상에는 몇 백 명의 유럽인들이 방한복을 입고 서서 해가 떠오르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달의 원형이 어슴푸레 형태를 이루고 그 원형 안에 하현달이 밝게 보인다. 별들도 수수께기 같은 부호처럼 뭔가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이윽고 기다리던 붉은 해가 구름에 가려 형태만 약간 보이고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러나 이전에 먹 빛 같은 구름과 채광의 조화에 연출된 동쪽 화면은 위대한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숭고한 자연미를 연출한다.

‘감동색’

먹을 갈아 화선지에 4점을 신명나게 그리고 서둘러 내려온다. 텡글족들이 커피며 붉은 고추, 과일, 옥수수, 털모자 등 판매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새벽에 몇 시간 정도 고생하면 된다. 그러나 수입이 시원찮아 보인다. 많은 관광객들은 다시 짚 차를 타고 고도가 낮은 사막분지 한 가운데에 내려 걸어간다. 멀리 브로모 산 앞에 힌두사원이 있고 그 곳을 지나 모래 언덕을 힘겹게 오른다. 마부가 모는 말을 타고 오르는 사람도 있고 모래 분진 사이로 수많은 행렬이 275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아침 운해에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신비스러운 달세계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야! 멋있다!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정상에 오르니 가드레일 넘어 화산 분화구에서 하얀 수증기가 뭉실뭉실 느릿하게 피어오른다.

용이 승천하듯 수시로 모양을 바꾸며 조화를 부린다. 해발 2392m, 분화구 둘레는 4㎞, 멀리 수메루 산과 바로 옆에 골이 깊게 피인 치마 주름 형태의 사화산인 바톡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성스러운 산의 이미지와 독특한 지형들이 묵직하게 펼쳐져 있다. 몇 사람들이 에델바이스 꽃을 분화구에 던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었다.

‘용오름’

엉뚱한 상상력 발동하기!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 속내를 분석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아침 햇살에 받으며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황량하지만 충만한 공간으로 내려간다. 다시 찾는다 해도 후회 없을 장소로 하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소유할 수 없다. 하산해서 바로 정면에 보이는 둔덕의 마을로 짚 차를 타고 귀환한다.

숙소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눈앞에 부로모 화산과 사막분지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어둠에서는 별빛을 보고 밝음에서 장대한 스크린으로 파노라마 같은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인간의 수명은 짧다. 그러나 자연의 수명은 장구하다. 자연의 보전은 인간의 지식으로 이루어낸 기계문명에는 기대할 수 없다. 자연을 신처럼 모시고 살아가는 원주민들만이 수문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봉고차로 하산 중 만난 산촌의 정경은 참으로 원시적 삶을 꾸리는 풋풋한 인정미를 느끼게 해서 좋다. 공기도 상쾌해서 머리가 맑다.

‘불심’

그 날 오후 대형버스로 해안가를 타고 가서 활기찬 선착장에서 대형선박에 차량까지 옮겨 탄다. 바다를 건너 다시 버스터미널에 내려 또 택시로 12㎞를 달린다.

발리 우붓 몽키거리에 밤 11시 40분에 입성한다. 14시간 만에 도착한다. 숙소를 쉽게 잡지 못할 때는 날개 없는 새와 같다. 어디엔가 있을 포근한 둥지를 못 찾으니….

인간인 나도 날개가 있었더라면 하고 한숨을 쉰다. 그런데 찬이슬 맞고 거리에서 노숙하지 않을 운명인가보다? 24시 마트에 음료를 사고 자문을 구하니 바로 옆집을 소개한다.

키 작은 할머니가 자기의 딸이 주거하던 방을 사용하도록 한다. 장시간의 이동으로 피로에 지쳐있었지만 양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나오는 기분이다. 침대 하나에 3명이 가로로 포개어 자도 불평 없이 3일간이나 잘 적응하여 생활하였다. 호사스러움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도 없으니 편함도 불편함도 없었다.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에서 일으키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슬과 비만 피할 수 있어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좁은 침실도 황제가 자는 침실과 같다. 주인 할머니께, 소개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에게 감사할 뿐이다. 고마워요! 할머니 건강하세요! 떠나올 때 환한 웃음으로 인증 샷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