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모이는 한국 명절 행복해요” 광주매일신문 추석 메시지 ‘가족이 희망이다’ ●담양 이주여성 ‘미셸씨 가족’의 한가위 명절이면 친척 20여명 모여 음식 나누며 정담 시부모·남편·대가족 웃음꽃 그치지 않아 행복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4년 09월 04일(목) 19:19

“윷 나와라!” 필리핀에서 담양군 용면 추성마을로 시집 온 지 8년이 된 하드방 미셸(왼쪽 두번째)씨가 가족과 함께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올해는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를 비롯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아 온통 세상이 뒤숭숭하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버거울 때마다 더욱 생각나는게 고향이고 가족이다. 그 중에서 가족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제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을 담당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추석맞이를 통해 가족의 기운을 얻어 본다.


“가족들이 다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한국 명절이 참 좋아요.”

먼 이국땅에서 담양군 용면 추성리 마을로 시집을 온 지 8년이 된 하드방 미셸(29·필리핀)씨는 벌써 한국에서 아홉 번째 추석을 맞는다. 지난 2006년 남편 고광우(43)씨를 만나 8월 필리핀에서, 11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려 두 번의 결혼식을 치렀다. 현재 담양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7살 아들, 5살 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또박또박 한국말로 명절 이야기를 하며, 투덜대면서도 연신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여느 한국의 맏며느리와 똑같다.

요즘 ‘시월드’라 부르는 시댁은 한국며느리에게도 어려운데 외국며느리에게는 오죽할까. 서툰 외국 생활에 낯 설은 풍습, 음식 등. 미셸씨는 “처음에는 친정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외로웠는데 어머니가 딸처럼 챙겨주시고 남편도 잘해줘서 한국생활이 익숙해졌다”며 “가장 힘들었던 언어도 담양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아 차츰 나아져 생활에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셸씨는 처음 말이 서툴고 문화가 달라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자상한 남편의 위로와 시어머니가 친딸처럼 대해준 덕분에 비교적 쉽게 적응했다. 그러다 보니 시어머니에게 ‘엄마’라고 부를 만큼 의지하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미셸씨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는 관습이었다. 필리핀은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명절 같은 행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필리핀도 우리의 추석과 유사한 ‘만성절(All Saint’s Day)’이라는 명절이 있다. 고향을 방문하고, 친척들끼리 모여 묘지에 가서 조상들의 영혼을 기리는 풍습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적극적이지 않다.

미셸씨는 “처음 추석을 지낼 때에는 송편 빚는 것이 어려웠는데 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쉬워졌다”며 “한국의 대명절이 1년에 2번 있는데 시숙님도 일찍 오시고 당일 날 고모들 가족까지 오셔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먹으면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

끝으로 미셸씨는 “자상한 남편을 만나 시부모님과 함께 아이를 낳고 살다보니 한국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며 “앞으로 힘든 날들도 있겠지만 옆에서 도와주시는 시어머니와 남편, 대가족들이 있어 항상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