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도전, 창조적 파괴…문화다양성 펼쳐내다 ■20돌 맞은 2014 광주비엔날레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09월 17일(수) 19:05

에드워드 키엔홀츠 & 낸시 레딘 키엔홀츠 作 ‘오지만디아스 퍼레이드’

현대미술 축제, 2014광주비엔날레가 개막 10여일을 지나면서 전시 분위기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에 맞게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도전,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출발 등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회화, 설치, 퍼포먼스, 뉴 미디어, 영화, 연극, 음악, 건축 등으로 표현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펼쳐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라 할 수 있는 끊임없는 비판과 도전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가 권력 자본주의 사회 비판 작품 눈길
1전시실에서는 해적선을 연상케 하는 설치물 ‘오지만디아스 퍼레이드’(The Ozymandias Parade)가 놓여있다. 에드워드 킨홀즈와 낸시 레딘 킨홀즈의 작품은 통해 군대와 국가적 권위 형태에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중국 출신 류촹은 미디어 작품 ‘무제’에서 글로벌 자본주의와 타협하고 끝없이 변화하는 중국의 환경에 비판을 가한다. 최수앙 작가도 레진으로 만든 설치물 ‘소음’을 선보였다. 부동산 투기, 무차별적 도시 개발, 도시 환경 문제 등을 그 만의 극사실주의적 기법을 통해 제시한다. 옥인콜렉티브도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노출시킨다.

에코 누그로호 作 ‘도덕적 무정부주의’

◇性 소수자 등 소외계층이 작품의 중심으로
2014광주비엔날레에서는 여성과 성 소수자 등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계층들을 작품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윤석남 작가는 회화와 설치 등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위상을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이번에 선보이는 ‘최승희’는 한국의 신무용가 최승희(1911-1969)를 위한 오마주이다. 여성 작가 이불은 1989년 일본의 거리에서 괴물 형상 솜옷을 입고 행했던 퍼포먼스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이불 작가는 기록 영상을 통해 권력 비판,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저항 등을 담아냈다. 에이에이 브론슨은 올해 야외 사이트인 팔각정 창작 스튜디오에서 성소수자 문화를 다룬 300여 권 잡지를 아카이빙해 전시한다.

또 샤론 헤이즈는 비디오 설치작품 ‘우리는 이 세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 등의 작품에서 최근 정치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를 다룬다.

류 샤오동 作 ‘시간’

◇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건의 재해석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예술의 맥락으로 끌어들여 재해석하는 작품들도 대거 선보인다. 4전시실에는 중국 작가인 류 샤오동의 대규모 회화 작품 ‘시간’(가로 300㎝ x 세로 240㎝)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지난 7월 광주에서 머물며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했던 구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5명의 10대들을 그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홍영인 작가의 퍼포먼스인 ‘5100: ’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이미지에서 발견한 움직임을 재해석했다. 에이 아라카와와 임인자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전후 광주지역 연극의 변천사에 주목했다. 김영수 사진작가도 1980년대 군부독재정치의 억압 하에 왜곡된 현실을 앵글에 담은 ‘사람-고문’ 연작을 전시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 작가로 조국의 슬픈 역사와 인권에 대해서 의인화한 동물 모양의 설치 작업을 해온 제인 알렉산더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나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건들에 영감을 받은 신작 ‘심포지엄’을 선보인다. 파키스탄 출신 후마 물지의 동물 가죽으로 만든 실물 크기 인간 형상 작품인 ‘분실물 취급소’는 정권의 억압 하에서 실종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 파키스탄 사람들을 암시한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