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교훈 공유하는 박물관 기대” 재미교포 장황남 박사, 조선대에 정보통신기기 4천500여점 기증 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

2014년 09월 23일(화) 20:09

“박물관을 통해 전시품에 깃든 인류의 지혜를 확인하고 역사적인 교훈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생 수집한 유무선 통신기기 4천500여점을 조선대에 기증해 ‘장황남정보통신박물관’의 주인공이 된 재미교포 장황남 박사는 “정보통신의 발달 과정에서 알아낸 놀라운 역사 에피소드와 교훈은 묻어 두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어서 박물관의 꿈을 품게 됐다”고 밝혔다.

23일 조선대에 따르면 장 박사가 기증한 4천500여점의 정보 통신기기는 전신, 전화, 무선통신, 라디오, 무전기, 초단파기기와 인공위성 통신기기까지 무선 통신 17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시대가 가능한 것은 정보통신의 발달 때문이다”면서 “지구촌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 준 정보통신의 발전은 어떤 한 사람의 뛰어난 과학자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과학자가 밤새워 연구한 결과, 즉 인류의 지혜가 축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신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꿈에서 시작됐듯이, 수집품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오래 동안 준비해왔다”면서 “조선대에서 평생 품어온 뜻이 마침내 빛을 보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어린 시절부터 뜯고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다. 광주고에 진학해서는 미술부 활동을 했고 전남대 의과대학 시절에는 미국에서 들여온 기계를 수리하면서 전자공학 공부를 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할 무렵 아마추어 무선통신법이 제정돼 1964년 광주 최초로 아마추어무선국을 개설했다. 작은 기계로 일본이나 미국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1972년 의사 수련을 받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1977년 뉴욕 주 로체스터에서 내과 개업을 하면서 40년이 넘는 세월을 미국에서 생활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무선국을 운영하면서 사용한 통신기기를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둔 것이 수집에 역사가 됐다“면서 ”보통 20-30년 된 기계들이라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것이 많아 집에 작업실을 만들어 고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환자를 진단해서 치료하듯이 기계를 진단해서 고치는 일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었다“고 언급했다.

장 박사가 평생 수집한 귀한 정보통신기기를 조선대에 기증하게 된 또 하나의 동기는 조선대와의 깊은 인연 때문이다. 조선대 제6대 총장을 역임한 故 김택주 교수가 장인이고 부인 김영자(약학과 15회)씨, 처남 김병철 조선대 명예교수(기계공학과 21회)도 조선대 동문이다.

장 박사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IT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알아야 넓은 안목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면서 “이 박물관이 세상을 넓게 보고 창조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데 불씨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한편, 조선대는 구 대학원 건물을 ‘장황남정보통신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해 오는 30일 오전 10시 개관식을 개최한다.

/박은성 기자 pe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