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행복마을’ 정책 확 바뀐다 박준영 前지사 대표 사업…문제투성이 진단 양적성장 치우친 한옥 보급 정책 폐기 수순 11월초까지 경관·공동체 문제 등 대책 마련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4년 09월 23일(화) 20:20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대표사업 중 하나인 ‘행복마을’ 정책 방향이 이낙연 전남지사 체제에서 확 바뀔 전망이다.

양적성장에 치우친 한옥 보급 사업으로 인해 공동체·경관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남도가 오는 11월초까지 향후 행복마을 추진 방향 등 개선 대책을 마련키로 해 박 전 지사의 한옥 보급 정책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은 뒤 개선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박준영 전 지사는 2005년 전남도 한옥지원조례 제정 이후 한옥 보급을 골자로 한 ‘행복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행복마을 추진 이후 도내 135소에 총 1천972가구(완공 1천173가구, 추진중 799가구)의 한옥이 건립됐다.

그동안 전남도는 행복마을 기반시설 및 경관개선을 위해 83개 마을에 총 280억원(마을당 2008년까지 5억원, 2008년부터 3억원)을 투입했다.

또 도-시·군 보조금(가구당 4천만원)은 1천769가구에 701억원을 지원했다. 이 기간동안 융자금(한옥발전기금·가구당 4천만원·연리 2%, 3년 거치 7년 상환) 규모도 1천55가구에 316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도내 74개 마을에 2천428명의 인구 유입 효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옥 보급의 순기능보다 역효과와 문제점이 더 많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 행복마을 한옥 거주 주민과 기존 주택 주민과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소득 양극화 및 귀농·귀촌 주민과 원주민간 갈등이 원인이다. 한옥마을 조성에만 치중, 마을활성화 지원(마을공동체 복원 및 민박 등 소득활성화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또한 한옥 집단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마을 경관을 훼손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도내 1년 이상 거주’ 조건을 내걸어 타 지역민의 입주가 어려운 것도 활성화를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옥 건축기준(85㎡ 이상)에 따른 건축비 부담이 크고 열효율이 낮아 거주자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이낙연 지사 취임 이후 전남도도 이 같은 문제점에 주목,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 분야별 공무원과 한옥 전문가·비전문가를 망라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11월초까지 양적 성장을 자제하고 기존 한옥마을을 내실화하는 등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박 전 지사 체제에서 유지돼온 한옥 보급 정책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안전한 생활공간인 한옥 보급과 행복마을 활성화를 위해 현행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신규 보급보다는 기존 한옥 내실화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며 “농어촌의 경우 앞으로도 빈집이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행복마을 출구전략을 마련해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3선 임기 동안 한옥 보급에 주력해온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퇴임 후 남악신도시에 아파트를 얻어 거주하고 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