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사로 개혁이 가능 할까요’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09월 24일(수) 20:38

민선 자치 20년 동안 각 지역 신문들이 시장·도지사 관련 기사로 무엇을 가장 많이 다뤘나 살펴보니, ‘인사권’에 관한 것이 가장 많았다. 인사권, 특히 산하 기관장 인사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사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인사를 잘했다’고 칭찬받은 지자체장은 드물었다.

지방자치(地方自治)는 말 그대로 중앙정부의 통제나 간섭없이 주민 스스로 지방정부를 구성하고 꾸려 나가는 생활정치(生活政治)를 말한다. 생활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100점이 될 수도 있고 10점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겸비한 유능한 지자체장이라 할지라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인재발탁은 성공의 주요 요건이다. 그런데 그 일에 적합한 가장 유능한 인재가 지역사회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중요한 포스트에서 배척시켜 능력과 노하우를 활용치 못하는 우(遇)를 범한다면 그 피해는 지역민에게 돌아온다.

어떤 집단이든 간에 적재적소 인재발탁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때, 당선 이후 첫해 인사는 4년 임기의 성패와 큰 관계가 있다. 독단, 독주(獨走), 편협(偏狹), 불공평(不公平),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인재발탁은 지자체장 뿐 아니라 지역을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일어난 광주시 공기업과 산하기관장 인사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전국 광역시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아 가장 가난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빚더미에 앉은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을 수술하지 않고 ‘가장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인재를 발탁하지 못하는 것은 크게 우려스런 지점이다.

최근 안전행정부가 광주 7개·전남 23개 지방공기업에 대해 분석한 결과, 광주시와 전남도, 전남기초자치단체 지방공기업 30곳의 부채는 3조61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6%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광주도시공사가 6666억원(부채비율 238%), 산하 7개 공기업의 적자는 239억원으로 2011년 2020억원보다 37억원이 증가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가 34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김대중컨벤션센터 17억원 등의 손실을 기록했다. 두 기관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자본잠식률은 18.8%, 김대중컨벤션센터는 13.7%에 달해 대표적으로 부실기관으로 평가받았다.

개인 기업이 이 정도 적자와 부실 경영을 했다면 진즉 부도를 냈거나 직원을 감축했거나 사장을 바꿨을 것이다. 광주시민이 시민단체 출신을 시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런 부분의 고강도 개혁을 바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이런 기대는 시장 취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벌써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외척’을 비서실 5급 비서관에 채용하더니 장현 호남대 교수를 대외협력관에 임명하는 등 선거캠프 출신들이 속속 기용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장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둬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으며 도시공사사장도 측근인사 비판을 받고 있다. 공모가 진행 중인 광주문화재단, 광주도시철도공사와 광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에도 윤 시장의 선거를 도왔거나 가까운 지인들이 벌써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실 윤 시장을 진정 돕고 싶다면 측근들은 윤 시장이 권해도 공모할 때 원서를 내지 않는 게 도리다.

측근이라 해서 모두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임명 과정에서 측근시비에 휘말린 대표는 해당 조직을 개혁하기 힘들다. 개혁하려면 자신까지 그 개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빚더미에 앉은 광주시 공기업 등 산하기관장의 연봉이 억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놀라면서 조직 규모와 일의 양에 비해 터무니없는 연봉을 조정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보은인사 혜택을 주는 시장이 억대 월급을 어떻게 깎을 수 있겠는가.

광주시가 지금 부실 기관을 개혁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곧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에 대해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댈 예정이다. 방만한 운영으로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부패가 잦거나 경영이 부실하면 법인 청산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광주시가 측근인사 보은인사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 방만 경영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공기업과 산하기관에 대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는 철저한 감시를 통해 방만 경영을 적발하고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특단의 제재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물론 지방공기업의 고용창출 효과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실 경영으로 해당 지자체의 재정마저 악화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시 산하기관의 부실이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방 공기업과 산하기관도 민영기업처럼 독자적인 경영과 선진화된 기법을 도입하고 민영기업과 인적교류를 통한 원가절감이나 생산성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공기업의 임원이나 직원 보수, 인센티브는 생산효과와 성과에 따른 명확하고 확실한 근거에 의하여 정해져야 하며, 지나치게 높은 연봉은 과감히 낮추어 민간기업 수준과 대동소이하게 해야 한다.

광주시장은 더 이상 시민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생활정치란 시민이 공감할 때 의미가 있다. 취임 3개월 밖에 안됐는데 ‘시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구의 소리를 들으며 생활자치를 하겠다는 말인가.

광주의 한 택시기사가 말합디다. “끼리끼리 측근인사해서 뭔 놈의 개혁이 되것소.”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