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다는 말에 공부 욕심 생겨” 목포 양길례씨, 전남교육청 ‘문해골든벨’ 우승…30년간 신문구독 큰 도움 박연오 기자 yopark@kjdaily.com

2014년 09월 30일(화) 20:26

“‘자네같이 무식한 사람이 무슨 운전면허냐’는 말이 가슴을 찔러서 공부에 대한 욕구가 치솟았습니다.”

전남도교육청이 주최한 ‘제6회 전남평생학습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인 ‘문해 골든벨’에서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양길례(3단계 학습자·여·64)씨가 최후의 1인으로 남아 골든벨을 수상했다.

‘문해골든벨’은 전남지역의 문해프로그램에서 공부하는 학습자 150명이 모여 문해실력을 겨루는 자리로 목포에서는 5명이 참가했다. 양씨는 “골든벨을 위해 영어, 한문, 과학, 수학 같은 과목을 몇날며칠 연습해서 참가했는데 막상 나온 문제는 한글쓰기 문제여서 당황했다”고 한다.

150명의 문해학습자가 참가했던 골든벨문제는 노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밭에서 나온 고기라고도 하며 말랑말랑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이름은 무엇인가 등의 문제가 제출됐다. 양씨는 “문제 가운데 ‘찌개’를 바르게 쓰기가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양씨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알고 지내던 지인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에서였다. 5년 전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자네같이 무식한 사람이 무슨 운전면허냐”는 말이 가슴을 찔러서 그동안 숨겨뒀던 공부에 대한 욕구에 불이 붙었다. 또한 “몇 년 전 공무원이었던 남편과 직원 부부동반 중국 여행을 가는데 영어이름도 쓸 줄 모르고, 한문도 읽을 줄 몰라 너무나 부끄러웠다”며 “다른 사람들은 척척 잘도 쓰는 글을 자신은 쓸 줄 모른다는 것이 어찌나 슬프던지 화장실에 숨어 많이 울었고, 반드시 배우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문해골든벨은 무엇보다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것에 성패가 달린 자리였다. 그래서 양씨는 “1등후 50만원의 상금을 받고 너무 기뻐서 밤잠을 못 잤다”며 기뻐했다. 그녀는 3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고 한다.

보성 벌교가 고향인 양씨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인해 초등학교 3학년 1학기에 학교를 그만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는데 2014년 64세의 나이에 다시 초등문해공부를 하고 있다.

동네에서 ‘똑녀’로 소문난 양씨는 작은 점방에서 생필품을 팔아 생활비를 보태고 있는데 “30년 전 쌀값이 없어 외상으로 사먹으면서도 신문구독은 포기할 수 없던 생활이 있었기에 골든벨을 울릴 수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현재 목포제일정보중고 부설 평생교육원 3단계 학력인정반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2015년에 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한편 ‘제6회 전남평생학습축제’는 지난 26일부터 3일간 순천만정원 국제습지센터 일원에서 ‘함께하는 평생학습, 행복한 변화’를 주제로 열렸다.

/박연오 기자 yopar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