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무시한다”는 이유로 일가족 3명 엽기 살해 30대 구속영장…3년 전부터 내연녀와 만남 유지 “결혼할 여자 있다” 관계 소원…화해하던 중 격분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4년 10월 01일(수) 20:42

조사받는 살해범 광주 서구 치평동 모 아파트에서 여중생과 어머니, 외할머니 등 일가족 3명을 살해한 30대 범인이 1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오른쪽은 사건당일 꽃바구니를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CCTV화면.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광주서부서 제공

<속보>인명경시 풍조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광주 도심 한복판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3명 피살 사건’<본보 1일자 6면>은 내연녀가 자신을 무시한데서 비롯된 엽기적인 살해로 밝혀져 주위를 경악케 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일 자신의 내연녀 A(41)씨와 A양의 딸(14·중1)·A씨의 어머니(68) 등 3명을 살해한 김모(34)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에서 9시 사이 광주 서구 치평동의 모 아파트에서 A씨와 A씨의 딸, A씨의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3년 전부터 A씨와 만남을 가져온 김씨는 최근 A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환심을 사기 위해 꽃바구니를 들고 A씨의 집을 찾았다.

김씨는 A씨와 대화를 하던 중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홧김에 A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같은 아파트 앞 동에 살고 있던 A씨의 집을 찾은 A씨의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김씨는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A씨의 딸도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A씨가 함께 잘 살아보자고 했는데 나는 따로 결혼할 여자가 있어서 거절했더니 관계가 소원해졌다”며 “A씨를 타이르기 위해 꽃바구니를 들고 갔는데 욕설과 함께 무시하자 순간 격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으나 A씨의 딸을 죽인 것이 가장 후회된다며 조사를 받으며 흐느끼기도 했다.

사건 현장을 떠나온 김씨는 타고 온 렌터카를 이용해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뒤 전북 고창지역의 야산 밑에 차를 세워놓고 은신하던 중 이날 새벽 5시30분께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통해 지난달 29일 꽃바구니를 들고 A씨의 집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장면을 확인하고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후, 뒤를 쫓았다.

한편, 경찰은 또 A씨의 딸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학교 측의 실종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서 권씨 가족이 살해당해 방치된 현장을 발견, 수사에 나섰다.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