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원 ‘유네스코 화장실’의 군색한 변명

2014년 10월 05일(일) 20:11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는 길거리 곳곳에서 예술작품을 찾아 볼 수 있다. 소규모 건축물 이른바 ‘폴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시민들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을 위해 기능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자명한 이치다.

광주시 남구 구동 광주공원에 위치한 예술작품 ‘유네스코 화장실’이 있다. 관리하는 광주비엔날레 측은 인근에 간이화장실이 있고 예술작품 취지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여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하고 있다.

광주폴리 작품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3억여원의 예산을 들인 화장실이다. 개방시간 외에는 보조용 간이화장실을 설치해 놓았으나 시민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술작품인 것은 알겠지만 무작정 훼손당한다고 단정시켜 놓고 일정시간 통제해 버린 단순무도한 발상이 그렇고, 기존 화장실을 없애고 굳이 두개의 화장실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혈세낭비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아무래도 외국 작가가 제작 한 작품이다 보니 술에 취한 시민들이 훼손할 경우 보수 할만한 자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제한하고 있다는 군색한 변명이다. 아울러 추후 개방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국제미술행사 광주비엔날레가 지금 한창이다. 다양한 시민 참여 퍼포먼스와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두드러지면서 독특하고 차별화된 전시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 해외언론은 ‘꼭 들려야할 중요한 정착지’라는 등 뜨거운 반응이다. 중앙아시아 4개국 문화계 대표단, 중국 취안저우시 동아시아 문화수도 추진위원회, 고베 비엔날레 관계자 등 해외 문화계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도시 광주가 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 충족이다. 이번 비엔날레처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먼 발치서 눈요기나 할 거였다면 작품으로서 그 가치는 금명간 사라질 수 있다. 시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순간 존재의 이유는 없어지게 된다.

‘유네스코 화장실’은 적잖은 혈세가 들어간 예술작품 중 하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주공원에 위치한 이유도 마땅히 수많은 시민들이 향유해야 할 공동의 자산이자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