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와 ‘넘사벽’ 쌓는 청소년들 중·고생 99.7% 은어 등 신조어 사용 위험수위 세대 간 단절 가속화…단일화된 소통 창구 절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4년 10월 08일(수) 20:24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독창적인 언어로 국내에서 통용된 한글의 제정을 기념한 한글날이 올해로 568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를 지켜오며 한민족의 언어소통의 도구인 한글이 국내에서 ‘신조어 홍수’에 범람당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청소년 세대들은 ‘넘사벽’, ‘라톡스’, ‘미존’, ‘아벌구’ 등 각종 신조어를 생성하면서 기성세대와의 넘사벽(?)을 구축하고 있다.

◇중·고생 99.7% 은어 사용=최근 광주지역 한 중학교 교사 김모(25)씨는 제자들의 대화를 듣고 혀를 내둘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자기들끼리 통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10대 청소년들의 은어와 욕설·비속어가 수위를 넘어섰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은어·비속어를 남발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소통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들의 은어가 갈수록 거칠어져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초·중·고생 6천53명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97%, 중·고생 99.7%가 은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중·고생의 18.7%는 욕설·비하·조롱 등 공격적 언어 표현을 서로 대화를 할 때마다 매번 사용했고, 22%는 하루에 한두 번 이상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이버상 신조어 범람 ‘위험수위’=청소년 세대들의 은밀한 공간인 사이버 세계에서는 그들끼리 욕설과 은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신조어 범람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을 표현한 용어들이 대부분이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에 대한 암울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덕후’(오타쿠의 변형으로 만화나 게임 등에 빠진 사람을 비하’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이상은 높은데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경우)’ ‘안여돼(안경 쓰고 여드름 난 돼지)’ 등이 있다.

◇그들만의 의도된 장벽=요즘 청소년들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 과정 속에서 그들만의 장벽을 구축하고 만든 소통 도구가 은어이다.

이처럼 청소년들끼리 암호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기성세대와 차별화를 두려는 심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또 동질감을 높이려는 청소년들끼리 은어 경쟁이 불붙으면서 온 오프라인상으로 은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광주지역 한 중학교에 다니는 박모(15)군은 “은어는 친구들끼리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언어소통 도구이다. 어른들이 모르는 은어를 사용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쾌락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이 먼저 청소년들에게 잦은 스킨십을 통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단일화된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