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탄압 속 역사책에 당당히 실린 ‘한글 우수성’ 1939년 발간 ‘세계문화사 대계’ 최현배 선생 글 본지 단독 발굴 일본인 번역자 키타가와 사부로 원 저자 승인 받아 첨가 눈길 오늘 제568돌 한글날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10월 08일(수) 20:27

이명한 소설가가 1939년 발간된 역사책에 실린 최현배 선생의 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는 ‘세계 문화사 대계’ 일본어 번역판 표지.

‘(훈민)정음은 세계 2백 수십종의 국문중 가장 신식이며 또 가장 완전한 학술적 조직과 미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한글에 대한 말살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던 1930년대 말, 한글의 우수성을 기술한 최현배(1894-1970)선생의 글이 실린 역사책 ‘세계 문화사 대계’ 일본어 번역판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번에 본지가 단독 발굴한 이 책은 소설가 이명한씨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1939년 발간된 것이다. 특히 일본어판에 한글의 우수성이 실리게 된 것은 평소 훈민정음에 관심을 두고 있던 일본의 번역자 키타가와 사부로가 원 저자의 승인을 받아 첨가한 것으로 나타나 제568돌 한글날을 맞은 오늘날 커다란 의미를 주고 있다.

‘세계 문화사 대계’는 영국의 저명한 기자이며 문필가인 H. G. 웰즈(1866-1946) 저서로 세계문화사를 이해하는 기본서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원판의 문자사란에는 ‘한글’이 소개되지 않았다. 당시 후진된 식민지 문자였다는 이유로 세계의 여러 언어학자나 사학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번역자 키타가와 사부로는 문자사에서 한글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 H. G. 웰즈의 승인을 받아 당시 조선경성 연희전문학교 교수였던 최현배 선생에게 원고를 청탁했다. 이에 ‘조선의 문자 정음(正音)또는 언문(諺文)’이라는 제목으로 제3편 제16장 문자사란에 한글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다.

최현배 선생은 이 책에 “정음(훈민정음)은 세계의 최신식 문자이면서 동양 유일의 알파벳식 문자이다. 조직이 학술적이고 조직적이면서 자형이 간단하고 정미한 실로 세계의 음운문자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실었다.

당시 1930년대 말은 제국주의 일본이 중국 대륙을 침략한 다음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면서 한글에 대한 말살 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선이 비록 일제의 식민지 아래 놓여있지만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이야말로 세계에게 으뜸가는 문자라는 것을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이명한 소설가는 “이 책의 원판에 문자사 부분이 나오는데 일본 번역자가 자기가 생각 할 때는 한글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문자인데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글이 세계 제1의 문자인데 인정 안되고 있는 부분이 안타까워서 학자적 양심에서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었지만 한글날을 맞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당시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싶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