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기 호남지역 생활상 담은 고문서 공개 장황학자 이효우 선생,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 700여점 기증 호적문서·간찰·혼서 등 17-19세기 호남 사회상 실은 문서 망라 문서 출처·작성연대 확실 지방문헌 연구에 유용한 사료 평가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14일(화) 19:19

조선시대 말기 호남지역 사회상과 농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공개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은 14일 “서울 낙원동에서 60여 년 동안 전통 표구작업을 해온 장황학자 이효우(73·사진) 선생이 옛 한글편지 등을 포함한 고문서 700여점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이 기증받은 이 문서들은 이 선생이 평생 모은 것으로, 호적문서·간찰·고목·혼서·고강 성적서·제문·통문 등 조선 후기 호남지역에서 작성된 고문서 전반을 총망라하고 있다.

문서들은 주로 나주의 초동이씨, 영광의 수성최씨, 하의도 김해김씨, 강진의 밀양박씨, 남평의 경주최씨 및 문익점 후손가 등의 가문에서 작성된 것들로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치는 조선 후기의 호남지역 고문서라고 호남한문고전연구실 측은 밝혔다.

기증받은 고문서에는 호구단자(호적 신고서)와 명문(매매 계약서) 100여 점을 비롯해 산송(묘지다툼) 문서와 한글편지도 각각 수십여 점씩 포함돼 있다.

이들 문서는 지역사정이나 사회 실상을 담은 일차사료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예컨대 연속적인 시계열을 가진 명문(明文)은 당시의 물가(노비와 논밭의 가격)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고강(考講) 성적표는 과목별로 어떻게 성적을 매겼는가를 알려줌으로써 옛 교육제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남평 경주최씨가에서 작성됐던 고강 성적표. 응시자의 성적이 통·약·조 등의 3단계로 평가돼 있는 한문고문서다.

특히 이번 이 선생의 기증 문서들은 모두 문서의 출처와 작성연대가 확실한데다 호남지역의 일괄문서라는 점에서 보기 드문 값진 자료들로 평가되고 있다.

안길정 호남한문고전연구실 연구원은 “이효우 선생이 평생 모은 호남지역 고문서를 고향 사랑의 차원에서 광주에 기증한 것으로 안다”며 “이 선생은 지역 고문헌을 가장 열심히 연구하는 곳에 기증하고 싶어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을 기증처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강진 출신인 이 선생은 어린 시절 상경해 60여 년 동안 서울 낙원동에서 낙원표구사를 경영하며 수많은 각종 문화재급 서화와 고문서 등을 복원해왔다.

학다리 장열 후손가에서 작성된 한글 편지. 궁체를 연상시키는 단아한 서체로 미사려구를 써서 안부를 묻는 편지다.

현재 우리나라 장황학(표구학)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장황이란 서화의 생명을 다루는 일(裝潢者 書畵之司命也)’이라는 신념으로 옛 서화 한 점 한 점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장황과 관련된 전래 재료와 비법을 연구해왔고, 명지대 미술사학과에 출강하며 후학들에게 그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김대현(전남대 국어국문학과·한문고전번역협동과정 교수) 호남한문고전연구실 책임교수는 “이번에 이효우 선생이 기증한 고문서는 호남의 지방문헌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매우 귀중한 자료”라며 “이 선생의 훌륭한 뜻을 기리기 위해 기증 고문서를 적극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