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집 앞에 나가고 싶어요” ●오늘 ‘흰 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들의 고충 광주시 거주 시각장애인 7천여명 생활 불편 여전 인도 위 볼라드 안전 위협…점자보도블록 엉터리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2014년 10월 14일(화) 20:05

“하루라도 마음 놓고 편히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 World Blind Union)가 지난 1980년 10월15일 선포한 ‘흰지팡이의 날’이 올해로 34돌을 맞았다. 이후 세계적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힘겹게만 느껴진다.

14일 광주시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 가입한 시각장애인 수는 700여명, 등록하지 않은 시각장애인까지 합하면 광주지역 시각장애인은 7천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광주도심은 여전히 시각장애인을 위협하는 구조물로 넘쳐나고 있다. 이날 광주 도심 곳곳을 둘러본 결과, 횡단보도 앞 보행자들의 신호대기 장소에 볼라드가 설치된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볼라드 중 일부는 시각장애인의 방향을 알려주는 점자블록 위에 설치돼 있기도 하다.

볼라드는 시각장애인에게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흉기나 다름없다.

한 시각장애인은 “볼라드는 불법주차 차량관리를 위해 설치됐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앞을 가로막는 벽처럼 느껴진다. 시각장애인들이 인도 위를 보행하다 볼라드에 걸려 다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어느 정도 앞이 보이는 5-6급의 시각장애인도 보도블록 색깔과 비슷한 볼라드는 식별하기 어렵다고”고 토로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주는 점자보도블록은 형식에 맞지 않게 설치된 곳도 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보도블록은 제2의 눈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잘못된 보도블록 설치로 시각장애인의 통행에 문제가 있다”며 “작은 턱, 작은 모퉁이에도 안전사고가 따르는 시각장애인에게 잘못된 점자블록은 자칫 큰 사고로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흰지팡이의 날’이 선포된지 34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시각장애인들은 집 앞을 나가기 조차 힘겨운 처지다.

광주시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볼라드나 점자블록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도 이용하기는 아예 어렵다. 장애인 콜택시 또한 수많은 장애인들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다”며 “시각장애인은 일상생활, 사회생활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광주시를 비롯한 정부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거리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