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장 선임 ‘소문대로 가나’ 촉각 내정설 확산에 접수자 3명뿐…당사자도 서류 제출해 관심 예술계 “광주 3대 문화수장 모두 시장 측근이 차지” 우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15일(수) 19:18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채용 서류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무늬만 공모’라는 내정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 관장 인선에 지역 예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광주시와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8월 황영성 전 관장 사퇴 이후 공석이 된 광주시립미술관장 선임을 위해 지난달 29일 공고를 낸 뒤 이날 후보 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접수 마감된 원서 제출자는 3명뿐이다. 다른 예술분야보다 미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광주라고 하기엔 접수자 수가 매우 저조한 편이다. 이는 관장 자리가 빈 지난 2개월 내내 A씨와 관련된 내정설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됐던 A씨도 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 미술계는 ‘시나리오대로 돼간다’는 자조 섞인 반발을 보이고 있다.

A씨는 윤장현 광주시장이 선거 당시 후보일 때 캠프에 몸담고 당선을 도왔던 미술인으로, 윤 시장과 ‘가족 같은 사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인사다. 해서 A씨는 관장 공석 내내 내정설에 휩싸였다. 또 A씨를 관장으로 앉히려는 윤 시장 측 미술계 원로들의 물밑작업도 곳곳에서 포착돼 소문의 기정사실화에 힘을 더해왔다.

하지만 A씨가 순수미술 전업작가라는 점, 행정·조직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 등이 문제가 돼 지역미술계에서 반발해왔다.

이와 관련, 윤 시장의 산하기관 수장 인선이 절친과 측근으로 얼룩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립미술관 관장마저 항간의 내정설대로 선임되면,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문화재단 등 이른바 ‘광주 3대 문화수장’ 자리 모두가 윤 시장의 측근으로 채워지게 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앞서 정동채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윤시장의 고교 후배로, 서영진 광주문화재단 대표는 윤시장의 30년지기 친구로 내정설 홍역을 치루다 각각 선임된 바 있다.

한 미술관계자는 “이미 시립미술관 내부에서는 A씨가 관장으로 올 것을 대비해 업무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십년동안 광주에서 예술활동을 해왔지만, 문화기관들이 이렇게까지 시장을 중심으로 해 정치적으로 재편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게 무슨 공모냐”고 강하게 지적했다.

또 다른 예술인은 “A씨를 개인적으로 비난하는 게 아니다”고 전제한 뒤 “지역미술계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관련해 광주미술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예술경영 전문인이 관장으로 오길 기대했다”며 “하지만 A씨 내정설이 사실화된다면 광주미술은 더 지역적이고 계파적으로 변질될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시는 원서 접수자들을 대상으로 22일 면접을 거친 뒤 24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방침이다. 광주시립미술관 관장 임기는 2년이며, 연봉은 6천만-8천만원 수준이다./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