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명이나 되는 시민회의 뭘 하자는건가

2014년 10월 15일(수) 19:31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가장 문제가 큰 것 중 하나가 각종 위원회의 난립이다. 행정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도입한 각종 위원회가 갈수록 난립하고, 일부는 부실(不實)·비리(非理)의 몸통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국 지자체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는 무려 1만개가 넘는다.

광주시도 최근에 거대한 위원회 하나를 탄생시켰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직접민주제적 의사결정을 실현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광주공동체 시민회의’가 그것이다. 시민회의는 지역 현장과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윤 시장의 시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위원회 성격의 시민참여 기구다.

그러나 일정한 기준 없이 신청자 전원을 시민위원으로 위촉하는 바람에 인적 구성 불균형으로 인한 민심 왜곡의 소지가 큰 데다, 광주시가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며 회의 횟수 축소까지 검토하고 있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514명의 위원 가운데 남성은 407명으로 79%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여성은 107명으로 21%에 불과하고 연령별로 20-30대는 60명으로 10.7%, 40대 175명(34%), 50대 199명(38.7%), 60대 58명(11.3%), 70대 이상 22명(4.3%)으로 40대 이상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위원들의 직업 중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71명으로 가장 많은 것도 편향된 여론을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요소다.

더군다나 이 위원회는 유료로 진행된다. 1인당 회의 수당이 10만원이나 지급되는데 한번 회의를 열면 5천만원이 넘게 소요된다. 광주시가 시민회의 예산으로 책정한 올해 예산은 4천만원인데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위원수 폭증으로 회의 개회 횟수와 참석 수당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광주시는 향후 회의 운영 방침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개점휴업(開店休業)’ 위원회를 만들려면 안 만드는 게 낫다.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514명의 활용예산과 계획을 제대로 만들던지 아니면 구조조정해서 제대로 운영할것인지 결론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