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거리 농구대회 서기원 |
| 2014년 10월 16일(목)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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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이라는 남성 2인조 힙합그룹이 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리쌍’이라는 이름도 ‘힙합’이라는 노래 장르도 생소하실 것이다. 우선 ‘힙합(hip-hop)’은 hip(엉덩이)을 hop(깡총거리다)한다는 뜻으로 19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다이내믹한 춤과 음악을 총칭한다. 미국 뉴욕 할렘가를 배경으로 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는 애들, 비트 빠른 음악에 맞춰 랩을 하는 애들, 연체동물같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애들, 레코드판을 손으로 만져 발생하는 잡음을 타악기처럼 사용 스크레치를 하는 애들의 난장을 일컬어 힙합이라고 하며 이후 전 세계에 열풍처럼 번지면서 신세대들은 ‘힙합스타일’이라고 하며 헐렁헐렁한 바지, 치렁치렁한 머리, 삐딱하게 모자를 쓰고 기성세대의 문화에 반항하는 느낌으로 이미지 어필하고 있다.
‘리쌍’은 ‘길(길성준)’과 ‘개리(강희건)’로 구성된 힙합 듀오인데 ‘길(기리)과 개리’ 공통으로 ‘리’가 두 개여서 ‘리쌍’으로 작명했다고 한다. 외모에 대해 설명하자면 ‘길’은 스킨헤드 격투기 선수인 ‘밥샵’ 동생같이 생겼는데 나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데도 길거리에서 만나면 깍듯이 형님으로 모셔야 될 것 같은 분위기며 보컬로서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한때 걸그룹 멤버와 염문을 뿌려 ‘미녀와 야수’라고 불리며 나에게 온갖 시기와 질투를 받곤 했는데 인정하기 싫지만 열심히 찾아보면 무언가 묘한 매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길’은 영어로 gill인데 축처진 뺨이라는 뜻으로 절로 웃음 짓게 한다. ‘개리’는 중학교 때 별명이 개(dog)여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며 일본어로 게리(げり)는 설사라는 뜻인데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퀭한 눈을 보면 마치 설사를 삼일 간 계속하여 진국이 빠진 사람 같다. 엇박자 랩을 구사하는데 무명시절에는 박치라고 욕께나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 끝에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였고, 본인만의 플로(사조)를 만들어 힙합계에서는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그의 랩을 들어보면 음악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음악을 끌어당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만큼 선명한 이미지로 가사를 전달하는 것 같다. 주옥같은 곡들이 많은데 “내가 웃는게 아니야.”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등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내 몸은 너를 지웠다.”라는 19금 노래이다. 가사 중에 “철길위에 차단기가 올라가 듯 난 흥분되어 갔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건널목을 지나갈 때 마다 차단기를 보면 후끈 달아오르며 음탕한 미소를 짓곤 했다.
길거리 농구대회라고 해놓고서 웬 ‘리쌍’ 이야기를 지루하게 하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다. 광주경찰청에서 2014년 10월 18일 중학생 및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길거리 농구대회를 개최하면서 명칭을 공모한 적이 있었다. 자칭 ‘재야의 어용학자(語用學者)’라고 부르는 나 역시 당연히 응모했는데 명칭은 다음과 같다. 힙합정신을 살려 “(리쌍) 길·개리 농구대회”라고 말이다. 우웩 그게 뭐야 하며 당장에 야유를 보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진정들 하시라. 나도 당선을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한번 웃자고 실없이 자해를 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멋진 이름이 당선되었는데 “신나고, 즐겁고, 어울리고, GO GO GO 길거리 농구대회”이다. 길거리는 사람이 오가는 장소인데 GO를 반복해 길거리라는 장소적 특징과 신나고 즐겁고 어울리는 경기라는 농구의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다만 나 같은 삐딱한 어른들은 신나고, 즐겁고, 어울리고, 쓰리 GO를 할 수 있는 경기하면 ‘고스톱’게임을 떠올린다. 1고하면 신나고, 2고하면 즐겁고, 3고하면 돈을 따서 소주한잔하며 어울리고 하는 게임 말이다. 소싯적 속없는 선배는 둘이 모이면 ‘짤짜리’를, 셋이면 ‘고스톱’, 넷이면 ‘포커’, 다섯이면 ‘섯다’를 하라는 가르침을 주었고, 청출어람의 실력을 뽐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경찰관 복무규정에 충실하여 완전히 손을 씻었다. 리쌍의 노래처럼 “내 몸은 너를 지웠다.”
예전에는 교육방침이 지(智)-덕(德)-체(體)였다. 그러나 지금은 체(體)-덕(德)-지(智)로 바뀌었다. 금번 광주경찰청에서 주최하는 길거리 농구대회를 계기로 교육당국도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