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 김한필 |
| 2014년 10월 19일(일) 1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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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보다 의미 있게 살고자 한다면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권하고 싶다. 메모습관은 우리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많은 일들을 오래도록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어렵다.
독일 속담에 ‘기억력이 좋은 머리보다 무딘 연필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한문에도 ‘총명불여둔필(聰明不如鈍筆)’이라는 문장이 있다. 총명한 머리가 몽당연필만 못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정확히 오래 기억하자면 메모만한 것이 없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인 다산 정약용은 ‘메모광’이었다고 한다. 일상에서 보고,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적어둘 가치가 있는 것은 반드시 기록했다.
그는 강진 유배생활 18년 동안과 1818년 가을 해배(解配)되어 경기도 광주군 마현 고향으로 돌아가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자들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물경 503권의 책을 저술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주요저서와 그 외 많은 책을 편찬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그의 메모습관 덕이었다. 정민 교수가 지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보면 다산은 메모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눈이나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抄錄)하고, 쉴 새 없이 기록하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그리고 주견(主見)이 확립된다. 그 때 그 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생각은 쉽게 달아난다. 붙들어 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어 두는 방법으로 메모보다 좋은 것이 없다.’
‘부지런히 메모하라. 쉬지 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록하라.’
다산은 ‘수많은 비슷비슷한 학설과 주장에 치여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고 침잠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면서 마음에 의심이 가시는 찰나와 만나게 되는데 그런 때를 놓치지 않고 메모한다. 이런 방식의 즉각적인 메모를 질서(疾書)라고 한다. 빠를 질(疾)자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적는 것이다.
송나라 때 학자 장재(張載)가 ‘정몽(正蒙)’이란 책을 지을 때 집안 곳곳에 붓과 벼루를 놓아두고 생각이 떠오르면 밤중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등불을 켜고 메모한데서 이 말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묘계질서(妙契疾書)라는 것이다. 묘계는 번뜩하는 깨달음이요 질서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즉각 메모하는 것을 말한다.
다산 자신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메모하고, 생각하고 정리했던 메모와 정리의 귀재였다. 스스로도 ‘궁벽한 곳에 살면서 할 일이 없어 육경과 사서를 여러 해 동안 궁구하고 탐색하면서 하나라도 얻으면 그 즉시 기록해서 보관해 두곤 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 메모가 밑거름이 되어 수많은 저작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4세에 이미 천자문을 익혔으며, 7세에 자작 한시집을 냈고, 10세에 경사(經史)를 읽기 시작했으며, 28세에 대과를 차석으로 합격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메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일찍 깨닫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했던 그였다.
우리는 메모하는 사람의 세 가지의 특성을 배워야 한다. 첫째 면밀한 준비성과 계획성이다. 인간은 용의주도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투철한 책임감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부지런히 메모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정확하게 하고, 실수 없이 하고, 신속하게 하고, 빈틈없이 하고, 책임 있게 해야 한다. 셋째는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의지다. 자기 성장 의욕이 강한 사람은 언제나 메모를 하면서 지식의 지평을 넓혀간다.
인간은 부지런히 메모를 할 때 기억이 연장되고, 사고력이 깊어지고, 능력이 개발되고 지식이 축적되고, 인격이 함양된다. 그러므로 좀 더 의미 있고 보람된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메모하는 습관을 열심히 기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