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된 광주비엔날레 총체적 위기 관객 수 4년 새 반토막…올 25만명 목표 절반도 안돼 소통·홍보 부족 ‘그들만의 축제’ 혁신위 가동도 글쎄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19일(일) 20:26

한산한 비엔날레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논란이 된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 유보 문제와 대표이사 사퇴 등으로 출발부터 삐걱거렸던 2014광주비엔날레가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란 주제로 11월9일까지 광주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휴일인 19일 광주비엔날레 광장에 컨테이너 박스 2개와 물건파는 천막만이 설치돼 있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올해 성년의 해를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개막 전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전시 유보 논란으로 후진적 검열의 폐단과 행정·기획력의 총체적 부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데다 개막 후 반응은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가 무색할 만큼 차갑다.

19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41일간 광주비엔날레를 다녀간 총 관람객 수는 10만5천748명으로, 이 가운데 무료를 제외한 유료 관객은 9만2천560명이다.

같은 기간동안 2012년 행사 관객은 11만3천707명(유료 9만9천526명), 2010년엔 16만4천479명(유료 14만9천161명)으로 집계돼 유료를 비롯한 총 관객 수는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 형국이다. 4년 새 반토막 난 셈이다.

특히 재단이 20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를 재도약의 기점으로 삼겠다며 잡은 목표 유료 관람객 수가 25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행사도 중반을 넘어 폐막을 향해가고 있어 목표의 절반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 같은 관람객 급감은 과거 공무원 조직과 기업 등에 행해졌던 입장권 강매·할당 감소가 주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억지로라도 비엔날레 전시를 봐야했던 관객 수가 감소하면서 관객동원의 거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부산비엔날레 등 다수의 비엔날레가 동시 개최되고 있어 미술애호인구도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관객 수치만으로 행사의 흥행을 저울질할 순 없다. 하지만 앞서 터진 ‘세월오월’ 사태로 인해 광주비엔날레 위상에 금이 갔고, 올해 본전시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데 한계에 달했다는 평이 많다.

게다가 시민·관객과의 소통이나 홍보가 부족해 ‘전시장 안 그들만의 축제’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비엔날레재단을 개혁하겠다는 조직 안팎의 움직임이 오히려 내부 조직원들의 불안과 해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제 막 시동을 건 혁신위원회가 재단 개선과 정체성 재정립 등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광주비엔날레재단 관계자는 “개막 전부터 ‘세월오월’ 등 여러 가지 사태가 발생해 재단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고 무거운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 3주 정도 전시기간이 남아있어 현재 학생들의 단체관람을 장려하는 등 관람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