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의 역사를 새로 쓰는 지적재조사 송희오 |
| 2014년 10월 20일(월)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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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상무중앙로 인근에 위치한 음식점을 찾아 승용차로 이동할 기회가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지인이 건너편에 위치한 건물을 보더니 “저기 대한지적공사는 국가의 지적재산권(知的財産權)을 관리하는 공사인가 보죠?” 라고 물었다.
“아니오. 지적공사는 지적측량(地籍測量)서비스와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웃으며 대답했지만 지적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관련 업무에 대해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가를 이루는 3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인데 이중 영토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토지를 대상으로 지번, 지목, 면적, 경계 등에 관한 사항을 각종 공부에 등록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지적업무(地籍業務)라고 한다.
1895년 3월26일 구한말 내부 판적국에 지적과가 창설되며 지적(地籍)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사용되었고 1910년대 일제에 의해 수탈목적으로 시행된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에 의해 오늘날과 같이 토지를 지적공부에 등록하는 제도가 정착되었다.
지적의 역사가 100년을 넘다 보니 그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1972년 8월 충북 단양군에 큰 홍수가 일어나 군청 지적서고에 보관되어 있던 지적공부의 침수를 막기 위해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닐봉지, 뗏목 등을 준비하여 지적공무원이 수천 장의 지적공부를 안전한 지역으로 옮겼다는 일화가 있으며, 한국전쟁으로 지적공부가 소실되어 1990년에 실시한 경기도 연천군의 임야복구측량 당시, 농민들이 화전(火田)을 개간하기 위한 산불로 인해 땅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가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지적측량을 수행하여 40여 년 간 재산권 행사를 못했던 지역민의 민원을 해결하였다는 미담도 있다.
이렇게 지적업무 종사자들이 국민의 재산권보호를 위해 지켜왔던 지적제도가 과학기술의 발전 등 환경변화에 따라 격동기를 맞고 있다.
발전된 지적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지적정보 구축, 국가공간정보인프라의 핵심 정보로서 국가 공간정보와 융·복합을 통해 미래 국가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적행정의 결정체인 지적재조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재조사는 일제강점기에 작성되어 100여 년 동안 사용되어온 종이지적 중심의 지적정보를 바로잡고 선진 디지털 지적제도로 전환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30년까지 1조3천억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광주시는 2012년부터 토지소유자 총수의 3분의 2이상과 토지면적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10개의 지적재조사 사업지구 3,064필지, 229만㎡를 지정하였으며 사업지구내 지적재조사측량을 실시하여 토지경계를 현황과 일치시키고 경계확정, 조정금 산정, 새로운 지적공부 작성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적재조사는 일제강점기 강압적으로 행해졌던 토지조사사업과는 달리 동의와 협의의 전제 아래 시행된다. 궂은 날씨에도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토지의 경계를 확인하고 토지소유자간의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차례 현장을 찾아가는 등 구슬땀을 흘리는 동료들의 노고가 열매를 맺어 발전된 지적정보가 선진 국가건설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