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광주시 5대와 6대 집행부의 차이 노병하 정치부 차장 icepoem@kjdaily.com

2014년 10월 20일(월) 20:38

손자병법의 유명한 구절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이 말은 필수적인 격언이다. 싸움 없는 삶이 얼마나 있겠는가?

광주시의회의 임시회도 어찌보면 의회와 집행부간의 작은 전쟁이라고 할수 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말도 하지만 때로는 잘못을 후벼파야 하고 때로는 가진 것을 내려 놓으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20일 광주시의회 김보현(서구2)의원이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했다.

골자는 “부실행정 방지를 위한 ‘정책이력제’ 시행을 제안한다”였다. 제안 내용은 준수했고 윤장현 광주시장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좋은 결말이 났으니 좋은 이야기여야 하는데 뭔가 허전하다.

그렇다. 바로 이 부분이 5대 집행부와 6대 집행부의 차이점이다.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재임 시절엔 시의회의 임시회가 열리면 관련 공무원들이 초긴장을 했다. 사전에 원고를 입수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이고 의원실을 찾아가 때에 따라서는 읍소하고 때에 따라서는 협상도 했다.

물론 강 전 시장의 결백증에 가까운 일처리와 결과물 요구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때는 공격자와 방어자의 조율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그러다보니 집행부가 의원 5분 발언을 사전에 알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 6대 집행부는 좀 다르다. 어떤 의원이 5분 발언을 하는 아침까지 원고는 고사하고 제목도 잘 모른다. 내용을 듣고서야 시장이 직접 그 의원을 불러 방안을 논의한다. 중간 다리가 없다.

좀더 파고들어보자. 요즘 광주시청 내부 공무원들이 웃고 다닌다는 소문이 떠돈다. 윤 시장 휘하에 있어서 마음이 편해 웃고 다니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들리는 이야기는 ‘할일이 없어서’라고 한다. 당연히 여러 가지가 섞인 헛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헛소문이라고 해도 지난 5대 집행부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6대라고 관련 공무원들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터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할일이 없는가? 지금 집행부는 시의원들이 어떤 질의를 해도 다 받아줄 준비가 돼 있기에 할일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질의를 해도 집행부는 자신의 뜻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한 시의원이 이날 윤 시장에게 진심어린 걱정의 한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시장님 5대와 6대의 차이점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5대 때는 사전에 어떤 질문을 준비하는지 원고를 달라고 난리였는데 6대는 발표 직전까지 ‘제목이 뭐냐’고만 묻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시의원은 “공무원들이 할일이 없는게 아니라 무엇을 하더라도 시장님의 생각에 반하기 때문에 움츠리고 있는 것”이라며 “신임시장이 기존의 격식을 파괴하는게 아니라 존중하면서 그 위에 자기의 색을 입혀야 하는데 그 격식들이 갑자기 무너지니까 공무원들 역시 멍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에 덧붙여 윤 시장의 파격적인 취임식을 거론하기도 했다.

체스판 위에 말은 모두 각기 자기의 의미들이 있고 나갈 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또 다른 의무는 리더인 퀸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퀸은 자신의 자리에 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퀸이 무리하게 움직이면 다른 말들은 퀸을 둘러싸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다. 그래서 요즘 광주시 공무원들이 웃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가지 않고 둘러싸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