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차는 아직도 배고프다 조태길 |
| 2014년 10월 21일(화) 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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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설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명료한 진실을 나는 질주하는 소방차를 바라보면서 확인한다.’ 이 글은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라는 책에 쓰인 소설가 김훈의 ‘인간에게 다가오는 인기척’ 이란 서문의 내용이다.
우리 국민은 재난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모두가 뛰쳐나오는 그 위험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소방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안도와 희망을 느끼게 되며 이로써 나 자신과 가족, 이웃을 보호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화재 및 구조·구급현장에서의 신속한 출동은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지만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 속으로 출동하는 소방차들은 화재와의 싸움 이전에 도로위에 늘어선 자동차들과 먼저 싸워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화재 및 심정지 환자 등 응급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초기 재난대응 목표시간은 5분, 출동부터 현장 도착까지의 이른바 골든타임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소방기본법 제21조에서는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활동을 위해 출동을 하는 때에는 이를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꽉 막힌 도로에서 소방차의 사이렌은 일부 운전자들에겐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더라도 한정된 면적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건축물이 고층화·다양화 돼가면서 화재를 비롯한 재난현장에서 소방차를 포함한 소방장비를 자유롭게 조작하고 이동할 수 있는 있는 소방 활동 공간을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긴급 출동 했지만 주차면이 아닌 곳에 이중으로 주차한 차량 때문에 소방차량이 신속하게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신속한 소방활동을 위해 소방차전용 주차구역을 법규 및 조례로 규정하여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방차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법률적 규제를 할 수 있는 법 제도적인 장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고 행정지도 및 권고 등 지침으로 돼있어 화재발생시 소방활동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사의 기로에서 소방차 통행에 대해서는 그 법적 규정을 좀 더 강경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다행히도 앞으로 불법주정차, 양보의무 위반 행위 차량에 대한 법 집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단속카메라 및 블랙박스 등을 활용한 적극적 불법주정차 단속과 양보의무 위반차량 집중단속제를 도입하고 소방차 통행로 등 소방출동로 확보관련 법률 제·개정을 통해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하지만 법으로부터 제약하는 규제행정의 필요성에 앞서 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길을 터주는 선진 시민의식을 보여주는건 어떨까? 소방차량 등 긴급차량이 출동할 경우 편도 1차 도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 운전 하거나 일시정지 하고 편도 2차 도로에서 긴급차량은 1차로로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차량은 2차로로 양보하고 편도 3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2차로로 진행하므로 일반 차량은 1차로 및 3차로로 양보 운전해야 한다. 공동주택 등 거주지에서도 소방차량들의 회전 반경을 고려해 길모퉁이 등은 주·정차를 삼가해 소방차량이 통행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소득이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배고프다. 과거 헝그리정신이 경제도약을 이뤘듯 ‘소방자동차 우선 통행’ 이라는 배고픔은 안전에 한발작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도로 위 질주하는 소방차의 모습은 안전과 행복에 대한 국민들의 배고픔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