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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배려 소비문화조성 방안

이영숙
한국소비자연합 광주지회장

2014년 10월 22일(수) 19:24

감정노동자를 배려하고 함께 하자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례한 고객으로 인해 고객과 노동자 사이에 마찰이 생겼을 때,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무례한 고객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는 것이 차후 부차적인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해결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반감을 가진 고객이 인터넷 등에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하는 글을 올리거나 악성 루머를 퍼트리는 경우 기업은 이익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 반면에 노동자는 기업 안에서 급여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함부로 기업에 대항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용이한 노동자가 약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둘째, 자발적인 친절이 발현될 수 있도록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같은 상황을 마주했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몸과 마음 상태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그렇지 못할 때에는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나 업무가 힘들고 몸이 고될 때에는 마음에 여유나 인내심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몸과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감정’의 소모를 ‘노동’으로 인식하고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미소와 친절을 강요한다. 소비자들은 다른 조건들이 유사한 수준이라면 당연히 친절한 기업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미소와 친절을 수련해 획득하게 되는 ‘노동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타고난 인간의 감정 중 하나라고 여긴다. 본성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기에 그 순간 자신을 감추고 화를 참으면 친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소와 친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에 다른 형태의 대가로 환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넷째, 감정의 소모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 직장 내 직원 상담 센터를 운영하여 노동자들의 감정을 돌보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또한 일회성, 한시적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가능한 치유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먼저 소비자는 노동자들 또한 인격체임을 인식해야 한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말투와 어휘를 사용하는 승무원이나 콜센터 직원들도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들도 다른 보통 사람들과 같이 기분이 나쁘면 화를 내기도 하고 슬프면 울기도 하는 인격체인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천사 같은 모습을 그들이 가진 모든 것으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가 무례한 말을 하거나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큰 소리를 쳐도 미소를 띠며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인내심을 가지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지도 생각해 보아야한다. 그들은 천사가 아니다. 천사같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한 인간일 뿐이다.

또 ‘소비자가 왕’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동자는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소비자 앞에서는 다수의 경우 약자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곳에서는 절대로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갑’, 기업의 통제를 받는 노동자는 ‘을’ 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소비자는 은연 중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쉽게 여기고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온갖 생필품들을 운반하고 가게에 진열해 우리가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이라고 생각하면 마트에서 일하는 점원 한 명 조차도 고마운 존재이다. 소비자는 가게의 왕이 아니다. 그들의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다.

마지막으로는 누구나 ‘소비자’이면서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무례한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고 울고 있는 점원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교통안전 표어 중에 ‘차에서 내리면 당신도 보행자’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직장에 나가면 당신도 노동자’임을 명심하자. 소비자가 되었을 때 무심코 주었던 크고 작은 상처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