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1위 광주, 인권도시 아니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

2014년 10월 22일(수) 19:24

광주가 오래전부터 내세운 선명한 구호는 ‘민주·인권·평화 도시’다.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모든 시민이 인권을 보장 받으며 평화까지 추구하는 도시는 아마 21세기 어느 도시나 지향하는 최고의 도시상이 아닌가싶다.

그러나 이 엄청난 구호를 정해놓고 정말 진지하게 민주·인권·평화의 면모를 갖추려 했냐고 묻고 싶다. 광주 지역사회 내에 숨겨져 있는 비민주·비인권·반평화의 그림자를 솔직하게 진단하지 않고 어찌 감히 가장 민주적이고 인권적이며 평화로운 도시라 자임하겠는가.

필자는 광주가 가지고 있는 도시 성격 중에 가장 비인권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성폭력과 성매매가 횡행하는 것이다. 이번 광주 국정감사를 통해서는 광주가 성범죄를 비롯한 5대범죄 발생율 전국 1위로 드러났다. 인구 1천명 당 성범죄 발생율 전국 1위 도시가 광주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광주에서 3,537건의 성 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인구 1,000명당 발생 건수로 환산하면 2.4건으로 전국 평균인 1.7건 보다 월등히 높고,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성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도별로 따지면 2011년 792건에서 2012년 1,005건, 2013년 1,213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 광주는 성매매 천국이다. 실제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광주의 성매매 업소는 더 늘어났다. 광주의 유흥·단란주점 업소는 2010년 4만429곳에서 해매다 11.3%씩 증가해 올해 6월 기준 4만 5001곳에 달한다. 200여 곳 이상의 유흥업소가 난립한 상무지구의 경우 밤거리를 나서기 무서울 정도다. 손님을 업소로 유인하기 위한 호객행위를 하는 이른바 삐끼들까지 동원돼 일반 관광객을 상무지구로 모시기 어려울 정도다.

단언컨대, 광주는 인권도시가 아니다. 어떤 단체장도 시민의 인권을 밤새워 고민한 흔적은 없다.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세계인권도시포럼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켜야 할 인권도시 최소 조건과 목표 등을 논의했다. 이때 일각에선 광주시가 인권도시라고 주장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7개 광역시를 상대로 2012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광주가 꼴찌였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권도시는 홍보성 구호에 불과하다.

더 불쾌한 것은, 인권도시라는 말도 턱없이 과분한데, 최근에는 여성친화도시라고 외치고 있다. 선진국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자 친화도시 정책을 펼치는 것을 베낀 것이다. 그러나 친화도시 구축을 위해선 전제조건이 따른다. 친화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이 해결되어야 한다. 친화는 시민이 사회의 주류에 들어와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표현하며 인간답게 사는 것을 말한다.

광주는 지금 여성친화도시를 말하며 여성의 일할 권리와 안전한 도시 구상을 우선적으로 논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가족, 어린이에 상관없이 물리적인 친화 공간 조성 이전에 친화의 기본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낮같이 밝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더라도 여성을 대하는 다른 한 성의 태도와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면 어느 지역에 살든 여성의 삶은 위협받기 쉽다.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잠든 여성을 범하려는 남성이 있는 한 여성친화도시는 환상일 뿐이다. 잘못된 성 의식과 문화로 인한 성폭력은 관계를 파괴하고 만다. 게다가 아동을 둘러싼 성폭력은 아동의 인권과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이라는 인간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도록 존중을 약속하고 행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성폭력·성매매 1위는 잘못된 성문화를 방치한 광주시의 여성정책 허점과 관계 깊다. 성매매업주와 피해자만 수면위로 드러나고, 정작 여성을 돈으로 구입하는 수많은 구매자들은 잘못을 하고 있다는 인식도 없는 현실이고 보면 지역사회의 방조 역시 한 몫 하고 있다. 인권도시, 문화도시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교해서 도시재정비 사업이나 단속을 강화시켜 성매매 업소를 폐쇄하려는 개선 의지 역시 다른 도시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외부에 비친 광주의 민주·인권·평화도시 이미지는 엉망진창이다. 올 6·4지방선거에서 전국을 시끄럽게 한 광주시청의 관권선거개입으로 민주주의 꽃(선거)은 무참히 짓밟혔고, 영화 ‘도가니’로 전국 망신을 산 장애인 성폭력 대표도시, 그리고 2014년에 등극한 성범죄 전국 1위, 인권도시라는 말이 무참하다.

인권이란 잣대로 보면 광주는 지금 위기상황임에 분명하다. 가난, 절도, 차별, 성폭력이 만연하는 곳에서 마을공동체의 안온함은 기대할 수 없다.

필자는 ‘광주 성범죄 1위’가 광주의 민주·인권·평화의 현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사법기관의 단속이 문제가 아니라 성범죄는 그 지역사회의 가정문화, 학교교육, 정서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인권을 얘기하고 밤에는 불법인줄 알면서 성매매 하러 유흥가를 찾는 광주지역사회 지도층의 이중성이 존재하는 한 광주 성범죄 1위 오명은 벗기 어려울 것이다.

광주는 남성인구보다 여성인구가 더 많다. ‘광주에서의 여성의 삶은 행복한가 불행한가’ 진정 국제인권도시 명예를 갖고 싶다면 ‘성범죄 1위’부터 극복해야 한다. 여성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광주시장이 직접 성범죄와의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

광주 여성인구 76만6천명은 광주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의 질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해서, 광주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 ‘여성인권 보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주필·이사 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