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대변 기초의회 ‘불통’ 여전 홈페이지 민원글 갱신 안돼…“하는 일 몰라” 지적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 |
| 2014년 10월 26일(일) 20:29 |
광주시 서구에 사는 40대 남성은 지역 기초의원이 하는 일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기초의회에 대한 무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는 게 뭐 있나. 쓸데없이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과의 소통의 최전선에서 ‘풀뿌리 정치’의 근간이 돼야 할 기초의회가 지역주민들과의 대화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할 기초의원은 주민들이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기초의원이 뭐 하는 사람이지?” 이런 사람들 많고 주민들과 기초의회 간 틈은 여전히 넓다.
특히 서구의회는 주민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소통 창구인 인터넷 사이트의 민원페이지에서 새글이 갱신되지 않은지 오래고 각 의원들의 블로그 등에서도 소통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회사원 김모(29)씨는 “선거때마다 동네 일꾼을 뽑는 건데 공약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서 뽑았다”면서도 “그 의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올 초부터 광주시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됐다. 주택·수도·전기·연료가 전년 대비 4.5% 각각 올랐다. 1년 전에 비해 하수도 요금(12%)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서민 처지에서 반가울 리 없는 요금 인상의 주체는 집행부다. 집행부는 ‘이용요금 현실화’, ‘적자 개선’ 등을 이유로 인상안을 마련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집행부 혼자 처리한 건 또 아니다. 자치단체의 중요사항을 결정할 때 의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예산·신도시 건설과 같은 굵직한 현안은 물론 셋째 아이 양육수당 지급·음식점 금연과 같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일이더라도 반드시 기초의회를 거쳐야 한다. 예산을 싹둑 자르고 집행부 계획을 뒤엎고 수많은 권한을 누린다.
그러면 광주시의 5개 자치구 기초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어땠을까. 지난 제6대 67명의 기초의원들이 2010년 7월 임기를 시작한 이후부터 2013년 12월까지 발의한 조례 건수는 모두 353건으로 1인당 평균 5.26건, 구정질문은 모두 766건으로 1인당 평균 11.43건, 5분 자유발언은 모두 106회로 1인당 평균 1.58회에 그쳤다. 조례 발의건수가 한 건도 없는 의원도 있었고 구정질문의 경우도 한 의원이 많게는 32건, 적게는 0건인 의원들도 존재하는 형국이다.
제7대 기초의회가 새롭게 개편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그러나 의회에서 의원들의 그림자를 찾기란 어렵다. 의회 관계자는 “의원님들은 지역을 위한 개인활동으로 바쁘셔서 의회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민들은 여전히 “우리지역 의원들이 뭘 하고 있는지 두드러진 활동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일을 하면 한없이 많고 안 하면 한없이 편한 사람이 기초의원이라는 말이 있다. 기초의원은 1년 내내 꼬박 출근할 필요도 없고, 괴롭히는 상사도 없다. 일을 잘 못해도 정리해고는 당하지 않는다.
집행부의 감시자가 기초의회라면 의회의 감시자는 주민들이다. 기초의회의 권력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한편, 기초의회 무용론과 폐지론에 지난 2009년 여야가 기초의회 폐지에 합의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20년을 넘긴 기초의회가 생활 민주주의 실현이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무관심과 불신 탓에 ‘옥상옥’, ‘예산 낭비’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의 위상과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
최효은 기자 hyoeu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