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재화가 ‘공재 윤두서 300년’ 조망 국립광주박물관, 내년 1월18일까지 서거 300주기 특별전 사실주의 회화관으로 응시한 국보 ‘자화상’ 등 공개 200여점 전시작 통해 가계·생애·서화 세계 총망라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27일(월) 19:37

윤두서 作 ‘자화상’ 윤두서 作 ‘노승도’

미술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아도, 윤두서의 자화상은 한번쯤 인상 깊게 들여다봤을 법하다. 한 올 한 올 그린 수염도 인상적이지만 앞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눈매는 강렬하다 못해 단호하다. 그리 크지 않은 자화상 하나로 한국 화단에 우뚝 선, 조선시대 천재화가 윤두서(尹斗緖·1668-1715). 올해는 윤두서가 서거한 지 300년이 되는 해이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이 가을특별기획으로 ‘공재(恭齋) 윤두서’전을 마련, 내년 1월18일까지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해남 출신인 윤두서의 가계와 생애부터 서화세계, 일가의 회화,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게 짜여졌다. 조선을 대표하는 회화인 국보 제240호 윤두서 자화상을 필두로 윤두서의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등이 내걸린다. 또 보물 481호 가전보회(家傳寶繪)와 윤씨가보(尹氏家寶), 윤두서의 또 다른 명작인 노승도, 18세기 조선을 그린 대동여지지도와 일본여도를 비롯해 녹우당에서 나들이를 하던 각종 그림과 서책, 인장 등 2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이와 관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덕음산에 위치한 녹우당은 윤두서가 속한 해남윤씨 어초은공파(漁樵隱公派)의 근거지로, 호남지역 전통 화단의 토대를 이룬 산실이다. 조선 말기를 대표하는 화가 소치(小癡) 허련(許蓮·1809-1892)도 28세 때인 1835년 녹우당에 소장된 윤두서 등의 그림을 보고 임모(臨摹·베낌)하면서 그림에 눈을 떴다고 한다.

특히 이번 기획전에서는 윤두서를 필두로 그의 아들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1685-1776)와 손자 청고(靑皐) 윤용(1708-1740)에 이르는 윤두서 일가 3대의 서화세계도 조망한다.

고산 윤선도(尹善道·1587-1671) 증손인 윤두서는 1693년 진사시에 합격했지만 격렬한 당쟁에 신물이 나 출사를 단념하고 시서화로 울분을 달래며 생애를 보냈다. 그의 재질을 이은 윤덕희는 말 그림과 남종화풍 산수화, 인물화와 용 그림에 특출났으며 윤용은 정밀한 묘사와 풍속화에 뛰어났다.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장은 윤두서에 대해 “조선 후기 회화사의 시작을 알린 시대의 선구자”라고 평한 뒤 “그는 사생과 관찰을 중시하는 사실주의적인 회화관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윤두서를 선두로 한 조선 후기 회화사의 새로운 문화사적 의미와 300년에 걸쳐 이어지는 호남화단의 흐름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윤두서의 회화관은 기졸(記拙)이나 자평(自評)과 같은 그의 화론(畵論)에서 잘 드러난다. 윤두서는 “필법이 공교로워야 하고 묵법은 그 묘미를 터득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법이 화합을 이뤄야 그림(畵)이 도(道)에 이른다”고 했다. 나아가 화도(畵道)에 이르는 화품(畵品)으로 도(道)·학(學)·지(識)·공(工)·재(才)의 다섯 가지를 제기했다. 만물을 포괄해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 화지(畵識)이며, 형상의 의표(意表)를 터득해 실행하는 것이 화학(畵學)이고, 만물의 척도가 되는 잣대를 제작하는 일이 화공(畵工)이며, 마음먹은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손의 능력이 화재(畵才)니, 이를 모두 갖춰야 화도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윤두서에게 그림은 단순히 여가에 즐기는 재주나 취미가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연구함으로써 궁극에 도달하려는 격물(格物)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조 관장은 “윤두서의 이런 생각들은 정확한 관찰과 사생을 통해 대상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회화관이며 단순히 사의(寫意)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회화관과는 차별성을 보인다”고 전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