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상, 시민이 되돌려받자

2014년 10월 27일(월) 19:59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96년 11월, ‘공군 제8989부대 이전과 관련한 공군 2701부대와 광주광역시간의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는 당시 천왕봉 정상에 주둔중인 공군 제8989부대 예하 3포대는 부지를 영구 사용하고 중봉에 있던 대대본부는 나주로 이전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 중봉의 군 시설 이전과 함께 대체시설비 일부인 8억원을 광주시가 부담하는 것도 포함됐다.

문제는 공군부대가 ‘갑(甲)’인 협약 6조에서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의 시 소유 임야(2만8천244㎡)에 주둔중인 3포대를 군 작전 임무 종료시까지 존치하고 사용중인 부지는 시가 공군에 무상으로 대여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공군측이 이전이나 철수할 의사가 없는 한 무등산 정상에서 영구적으로 주둔해도 무방한 셈이다. 여기에 공유재산 관리법 등에 따라 군 시설 사용에 따른 점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관련법에 따라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한 절차상의 조치일 뿐 부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1996년 협약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군 부대 이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굴욕적인 협상을 해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광주시는 겉으로는 무등산 정상 개방을 촉구하는 시민들 편을 들어준 척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공군에 영구사용 허가를 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광주시민을 속인 것이다. 국가안보상의 이유라고 하지만, 공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군이 광주시와 맺은 불합리한 협약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무등산 공군부대 이전 최적지가 물색된 것으로 알려져 광주시가 정상 사용기한 갱신시기에 맞춰 국방부와 공군 등에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국립공원 정상을 방공포대 같은 대규모 군사 시설이 점유하고 사례는 무등산이 유일하다. 공군이 방공유도탄 전력을 트럭에 실어서 기동할 수 있고 임시기지 대응도 수월한 M-SAM(일명 천궁미사일)으로 대체하기로 계획하고 있는 만큼 1187m 무등산 깊은 산중에 방공포대를 계속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제 광주시민이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공론화해 무등산 정상을 되돌려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