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조전랑(吏曹銓郞) 윤은상 |
| 2014년 10월 28일(화)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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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에 붕당의 지도자들이 저 자리만큼은 꼭 우리 사람을 앉혀야겠다고 싸우는 자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자리가 이조전랑이었다. 이조전랑이 무엇이기에 치열한 자리 싸움이 벌어졌을까? 전랑권은 인사이동을 담당하는 자리로서 지금의 청와대 인사수석 쯤 자리이다.
이조전랑은 조선시대 6조 중 하나인 이조의 관직 이름으로 정5품(4급쯤) 정랑과 정6품(5급쯤)) 좌랑을 합쳐 부른 말이다. 품계는 낮았지만 각 부의 당상관의 천거, 언론기관인 삼사(홍문관, 사간원, 사헌부)의 관리를 임명, 재야인사의 추천, 후임정랑의 지명권 등을 가지고 있어 권한이 매우 강했다. 전랑직은 중죄가 아니면 탄핵받지 않았고, 육조의 실무를 관장해 청요직으로 간주돼 퇴임 후에는 정승으로서의 보장이 됐다. 이처럼 인사권과 언론권이 전랑에 집중돼 전랑직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향배가 결정됐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인사요직을 맡고 싶어 한다. 인사권은 공무원 임면, 전보, 근무성적평정, 승진 등 막강한 권한뿐만 아니라 자신의 승진과 고위직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요즘 공무원은 높아진 국민의 기대감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공직자로 들어온 이상 “그래도 학생부군신위는 면해야지” 이런 말들이 공직사회에 회자 됐던 때가 있었다. 일단 공무원이 됐으면 5급사무관이상은 해야, 나중에 후손들이 쓸 지방에 ‘학생’을 면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유교전통에서 보면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자연히 공무원의 지상목표는 계급승진이 될 수밖에 없고 개개인의 직급은 사회적 신분의 동의어처럼 여겨졌다. 고등고시합격이 개인의 영예이전에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져 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무원이 9급에서 5급까지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기관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보통 24년쯤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5급 사무관 승진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경쟁 또한 치열하다. 다행히 요즘에는 베이비부머세대 다수의 퇴임 시기가 도래돼 5급 승진 폭이 많아졌으나 이 또한 많은 수가 참여하게 돼 경쟁이 치열하다. 사무관 승진제도는 공개전형 또는 심사제 등 방식이 있다. 그동안 우리시에서 시행됐던 공개시험제나 다면평가방식은 장점도 있지만 폐단도 많아 2012년부터 역량평가 방식으로 변경해 시행하고 있다. 5급 승진을 위해서는 먼저 근무성적평정이 선발대상자 순위에 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순위가 남보다 앞서야 유리하다. 그런 다음에 선발시험인 보고서 작성과 인터뷰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한다. 이는 선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해 도입된 제도이다. 신뢰받는 인사행정구현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로서 승진대상자들이 신뢰하고 있다. 승진후보자명부가 앞 순위에 있다 하더라도 선발시험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승진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근무성적의 객관화는 정량화 할 수 없기 때문에 평정권자의 재량권에 의해 좌우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객관적인 평정을 위한 평정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인사권에는 항상 청탁 환경에 노출될 수 있어 다른 공무원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시교육청에서는 청렴한 교직풍토조성을 위해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왔다. 그결과 청렴은 광주시교육청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교육행정의 청렴 분야는 피부로 느낄 정도로 확연히 향상되고 있다. 청렴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행정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높아져 최고 수혜자는 소속 공무원이 아닌가 싶다. 인사권은 공무원의 인사, 연수, 복지, 고충처리까지 그 기능과 역할과 점점 확대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주고 불만이나 고충까지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인사권자에게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으로 낮은 문턱을 드나들면서 친밀하게 소통하고 고충을 보듬어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일선에서 바르게 행정을 펼치다가 본의 아니게 기관장과의 갈등으로 낙인돼 소외받고 있는 인재도 공정하게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기존의 인물만 계속 등용하는 것보다 그동안 소외된 인물도 배려하고 새로운 인물도 끊임없이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공직구성원들의 사기진작과 광주교육발전을 위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