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迦智山 자락으로 ‘소’를 찾아 떠나는 가을 旅程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와 떠난 경남 울주 가지산 석남사 kjdaily.com

2014년 10월 28일(화) 19:52

옛 조사들께서는 “수행하는 사람들은 함부로 세상일에 간여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요즘 수행하는 사람들은 이 도리를 깨닫지 못하고서 함부로 세상일에 뛰어드니, 가는 곳마다 물들고 하는 일마다 얽매이게 되므로, 설령 도를 깨달았다 해도 바깥 경계를 만나면 금새 분주해지니,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유명무실해져버릴 뿐이다고 한것이다. 이런 경우를 빗대어 옛 현사들께서는 “참구하는 마음이 절실하지 못하여 미세한 번뇌[命根]를 끊지못하고 죽지 않으려고 바둥대기 때문이니, 진정한 수행자는 전염병이 돌고 있는 마음을 지나가듯 물 한 방울도 묻지 않을 만큼 조심해야 비로소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고 하신 말씀들을 다시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도해한 심우도(尋牛圖)는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청정한 성품을 소에 비유하여, 일찍부터 선가(禪家)에서는 마음 닦는 일을 소찾는(尋牛) 일로 불러 왔다. 소의 상징은 “참 생명”, “참 나” 그 자체를 뜻한다. 그러므로 소를 찾는다 함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이를 열 단계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십우도 또는 심우도라고 부른다. 심우도는 송(宋)의 보명(普明)선사의 심우도와 곽암(廓庵)선사의 심우도 등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 가지가 함께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곽암선사의 심우도가 주로 그려지고 있다. 본문은 보명선사의 심우도를 참고하였다.

등반대장 허헌

1) 심우(尋牛: 소를 찾아 나서다)
수풀 우거진 광활한 자연을 헤쳐 나가는 것처럼, 길도 없는 산 속에서 헤메는 것처럼 본심(本心)을 찾는 건 아득하다. 엄습해 오는 절망과 초조감, 들리는 건 처량하게 우는 늦가을 해질녘의 매미 소리뿐이니 우리의 청정 자성(淸淨自性)을 찾는 길은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좌절감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 오히려 진정한 수행의 시작임을 알려주고 있다. 순순한 구도심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동자가 쥐고 있는 고삐는 정진력을 상징하고 수풀은 우리가 욕망으로 인해 소(本性)를 잃어버린 사바세계이기도 하다.

2) 견적(見跡: 발자취를 보다)
처처소소(處處所所) 보이는 것마다 소의 발자국 아닌 것이 없고, 들리는 것마다 소의 울음 아닌 것이 없다. 소를 가린 무성한 수풀조차도 실은 소의 자취이고, 소가 아무리 심산유곡에 있다해도 하늘까지 이어지는 그 기세를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소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여기에서는 소를 찾는 동자가 고삐를 잡고 숲길 사이로 보이는 소의 발자국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이 의미를 전해 주고 있다.

3) 견우(見牛: 소를 보다)
찾아 나섰던 소를 보았다. 즉 진심(眞心)을 보았다는 것이다. 실상은 내가 소를 보았다기 보다도 소가 그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가 곧 자신이라 한다면 찾는 자가 바로 찾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바위 너머 홍의(紅衣)의 동자가 숲에 반쯤 모습을 드러낸 소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며, 그 숲 뒤로 폭포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심우도는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표현되었다.

4) 득우(得牛:소를 얻다)
마침내 자기와 세계를 잊어 일체가 모조리 없어졌을 때 홀연히 나타난 소, 그러나 옛부터 젖어온 습기(習氣)를 갑자기 없애기는 쉽지않다. 어떤 때는 자기도 없고, 부처도 없고, 세계도 없는 명백한 곳에 이르고, 어떤 때는 다시 대상이 분분하게 일어나는 사바세계를 넘나들곤 한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자신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단계이다. 소는 나의 외부 어디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핵심이다. 나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곧 소를 찾는 길인 것이다.

가지산 정상에서 단체사진.

5) 목우(牧牛 : 소를 기르다)
목우는 일반적으로는 유유히 소를 먹이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나무 아래에 소를 먹이는 목우자(牧牛子: 소를 먹이는 이)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자세로 앉아 있고, 그 앞에 소는 풀을 뜯고 있다. 이는 깨달음 뒤에 오는 방심을 더욱 조심해야 함을 비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앎>은 쉬워도 그렇게 <됨>은 지극히 어렵다. 끊임없이 닦고 익히면 마침내 마음과 대상이 일치하여 잡된 것이 하나도 없는 순수함에 도달하게 된다. 이때 채찍은 각성(覺醒)의 상징이며 고삐는 내면의 수양을 뜻한다. 각성과 수양은 정진하는 이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각성이 없는 수양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수양만으로는 기계적이고 습관적이 될 뿐이다. 마지막에는 여기에서도 빠져나와야 그 각성이 자연스러우며 수행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 그저 계속 일어나는 현상이 될 때 그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 때에는 고삐를 풀어 줘도 주인을 잘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길들여진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돌아오는 모습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숲길 사이로 피리를 불며 소를 타고 집(本性)으로 돌아가고 있다. 즉 드디어 망상에서 벗어나 본성의 자리에 들었음을 비유한 것이다. 방황하면서 헤맨 것도 성장의 일부였던 것이다. 기우귀가는 이렇게 소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본가(本家, 곧 본래의 성품)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석남사에서 지용현 회장(사진 가운데)과 회원들.

7) 망우존인 (忘牛存人 : 소를 잊고 사람만 남다)
집에 돌아 왔지만 소는 간 데 없고 오직 자기 혼자만 남아 있는 것을 그렸다. 고향집은 나 자신이 비롯된 근원을 말한다. 고향집에 이르렀음은 현상적인 삶과 나 자신의 근원 (本覺無爲)이 서로 만난다는 뜻이다. 이제 채찍(각성)과 고삐(수양)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자성(自性)을 찾기 위한 여행을 처음 떠날 때는 필요했으나 이제 그것마저도 초월된다. 망우존인을 달리 도가망우(到家忘牛)라고도 한다. 도가(到家)란 집에 도달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자기 마음 속에 진심(眞心)이 있는 것이지 별개의 것이 아니었으며, 또한 사람과 소가 별개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8) 인우구망 (人牛俱忘: 소와 사람, 둘 다 잊다)
이 단계는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다. 소도 없고, 소를 찾는 이도 없다. 채찍, 고삐, 소, 사람 이 모두가 사라져 버리고 텅비었을 뿐이다. 그래서 인우구망의 경지를 나타내는 그림은 속에 아무 것도 없는 일원상(一圓相)이다. 즉 정(情)을 잊고 세상의 색(物)을 버려 공(空)에 이르렀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내 밖에 찾아야 할 무엇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바로 내가 여태껏 찾아 헤매왔던 그것이었던 것이다. 심우도가 말해 주는 모든 것은 참나를 찾는다는 것은 관념적인 것이 아닌 실존적인 것이라는 가르침을 보여주고 있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근원으로 돌아가다)
반본환원은 있는그대로의 수록산청(水綠山靑) 산수 정경을 그렸다. 즉 본심은 본래 청정하여 아무 번뇌가 없어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얻었음을 비유한 것이다. 나무는 산을 흉내내지 않고 흐르는 물은 붉은 꽃을 질투하지 않는다. 인간이 참된 본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되고자 하는 ‘뿌리깊은 욕망’이 장애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그 누구도 다른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오직 자신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전해 주고 있다. 즉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뿐인 것이다.

10) 입전수수(入纏垂手;저자에 들어가 중생을 돕다.)
저잣거리에 들어가 온몸을 드러내 세속의 중생과 함께 하는 이는 바로 성인의 모습이다. 중생제도를 위해 자루를 들고 자비의 손을 내밀며 중생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그렸다. 즉 이타행(利他行)의 경지에 들어 중생제도에 나선 것을 비유한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면 세상에서 끝을 맺어야만이 완전해진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출발했다. 여행을 마친 후 성취하게 된다면 세상에서 끝을 맺어야 한다는 것을 입전수수에서는 다시 마을로, 중생들 속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세상은 출발하는 곳임과 동시에 끝맺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심우도 10단계를 통해 내면으로의 여행, 자기 완성으로 가는 여정을 확인해 보았다. 심우도의 각 단계가 비단 초월적인 궁극적 경계에만 국한 시키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완성해가는 단계와도 상통하고 있다. 따라서 위로는 깨달음이라는 것에서부터 아래로는 이루고자 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의지력을 현실적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 이르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 가르침을 경전 속에서만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경전은 경전일뿐 경전속의 말씀을 이 세상으로 끌고 나와 행할때만이 경전이 지닌 가치와 참된 구도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의 지혜가 깃들었다는 가지산(迦智山)과 중생심의 과보를 보여준 쌀바위(米岩), 그리고 천년고찰 석남사는 9세기 초 신라말에 도의국사께서 37년간의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창건하신 가람이다. 도의국사는 조계 정맥이며 마조도일선사의 제자인 서당지장선사에게 인가를 받고 백장회해선사에게 거듭 조사 심인을 확인받아 “중국의 선법이 모두 동국으로 간다”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의 대선사이다. 이번 가지산 가을 여정에 찾고자 했던 소는 찾았는지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쌀바위(米岩)의 전설

옛날에 이 바위 아래에서 한 스님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 스님은 먹을 양식을 산아래 마을에서 탁발했는데 어느날, 새벽기도를 하러 갔다가 바위틈에서 한 끼니의 하얀 쌀을 발견했다. 스님은 이상하게 여기며 그 쌀로 밥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고 자신도 먹었다. 더더욱 이상 한 것은 쌀은 그다음날도 계속해 그자리에 같은 양만큼 놓여 있었다. 스님은 자신의 지극정성을 부처님이 가상히 여겨 탁발을 면해 주신것이라 여기고 더욱 수행에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해 마을에 흉년이 들자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이야기에 쌀을 얻고자 바위틈을 쑤셨다. 그러자 마른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면서 물줄기만 떨어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크게 뉘우치며 부처님께 사죄했지만 쌀은 사라지고 바위틈에서 물만 나와 이때부터 쌀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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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수미산 산악회 산악대장 허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