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을 받으면 ‘잊힌 도시’가 마법처럼 수 천년 긴 잠에서 깨어나고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18> 남미여행-페루 <잉카 신들의 영혼이 숨쉬는 마추 픽추> kjdaily.com

2014년 10월 29일(수) 20:27

박종석 作 ‘공중 도시’

하산 후 안데스 고원의 한적한 고장인 친제로(Chinchero) 마을 터미널에 내려 교회로 올라가는데 대광장에 기념품 좌판가게들이 즐비하다. 참으로 소박하고 정겨운 교역 장소로 나는 민예탈과 목조각 몇 점을 헐값에 구입한다. 교회 내부는 전례미사 준비 중이었다. 냉담중이지만 가톨릭 신앙을 가진 필자로서 성호를 긋고 반성한다. 맹신하는 인간을 믿지 말자.

아르마스 광장에서 필자.

잔디 광장 앞은 잉카의 숨결을 느끼게 하지만 스페인식 붉은 기와지붕만 없다면 마을 풍경이 한층 더 원시성을 갖춘 아름다움으로 남았을텐데, 아쉽다.

다시 쿠스코로 돌아오는 도중에 만난 만년설과 연두색의 밭들의 어울림이 기분을 한가롭게 한다.

오늘도 쿠스코의 시내에서 500여년 전의 화려했던 유적들을 발품을 팔아 학습한다. 잉카 제국의 수도로, 도시 구조 또한 광장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과 대성당, 라메르세 교회, 산프란시스코 교회와 시가지의 돌길 사이의 석재 건축물들 중 12각 돌과 기하학적 미감의 석조물이 정밀하면서도 튼튼하다. 지진에도 끄떡없었던 석조 건축술은 잉카문명의 중심지로써 내공을 갖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마추 픽추 가는길’

이틀 후 산페트로 역에서 기차를 타고 4시간 소요로 마추 픽추 역에 도착한다.

거대한 돌산 사이 계곡은 황토물이 무서울 정도로 흘러내린다. 버스에서 내려 입구에서 40달러의 입장료로 티켓을 들고 차분하게 몇 분 걸어 오른다. 잉카 문명이 가장 온전히 보전돼 있다지만 의문의 베일에 싸인 공중 도시! 거대한 산에 협곡을 양옆에 두고 주산과 작은 산을 배경으로 주거공간과 목욕탕 시설 및 농작물 재배지를 돌둑으로 조성하고 또 큰 바위를 이용한 공간 구성미는 신선이 노닐 것 같은 천하 무릉도원경이다. 매일 매일 구름이 걸쳐져 있고 또한 자주 비가 내려 생산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천하명당이 아닌가 싶다. 또한 깎아지른 절벽 끝에 세워진 난공불락의 요새 형국인 이곳은 해발 2천m 고지에 1만명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설적인 영광의 위대한 도시가 몇 명의 스페인군에 의해 파괴되고 또 잊혀 진 도시가 되었을까? 의문으로 남는다.

‘산촌’

아쉽지만 침묵의 도시를 뒤로하고 하산한다. 버스를 따라오면서 샛길로 먼저 달려가 인사를 하는 Good-bye boy가 그 땀의 대가로 마음 따뜻한 사람에게만 적선 받는다. 과거의 영광 뒤에 이어오는 가난이 더욱 가슴을 안쓰럽게 한다.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푸노로 이동해 띠띠까까 호수의 섬들을 1박2일의 투어에 참가한다. 우로스(Uros)섬은 주민이 300여명으로 또또라(Totora)라는 갈대의 인공 섬이다. 우로스 족들은 갈대배로 이동하며 모든 생활필수품이 갈대로 이뤄져있다. 주변에 60여개의 갈대 섬에는 성당, 학교, 박물관 등 주요 건물들도 있고 감자밭과 오리 및 소도 키운다. 참으로 여유롭다. 다시 따겔레(Taquile)섬에 올라 점심식사와 함께 우로스족 민속공연을 흥겹게 보고 마을회관과 한가한 언덕길을 무심하게 걷는다. 전기도, 차도, 농기계도 없다.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전혀 받지 못한 고요의 섬, 그러나 이곳은 부족 공동체 사회로 모든 수입을 똑같이 분배하고 재산도 공동으로 관리한단다.

한가하면서도 여유로운 섬을 떠나 국경도시 융구요에서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 코파카나바에 하룻밤을 머무른다. 정취는 페루와 같은 느낌이다. 해발 3천800m의 고도라 약간 두통증세가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적응할 만하다.

다음날 태양의 섬 부근을 관광한다. 호수 가운데로 페루와 국경인 호수가 볼리비아 호수 쪽이 더 맑고 푸르다. 가는 도중 라스섬(Las)섬에 내려 가파른 계단에 올라 마을 정상에 도착하는데 참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낙원 풍광이다. 고요함과 야생들꽃들, 당나귀와 라마 그리고 원주민 아낙네들의 전통의상이 싫증나지 않게 정겹다.

투어를 마친 후 국경을 넘는다. 늘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힘겨움이 주는 보상은 무엇보다도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고통을 즐기는 것이 최선의 지혜라 할 수 있다.



마추 픽추 (Machu Picchu)

잉카 문명의 유적 마추 픽추는 세계7개 불가시의 중 하나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에 가장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곳이다.

쿠스코주에 위치한 이 도시의 서쪽은 왕실과 사제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신에게 바쳐질 처녀들이나 귀족들의 주거지는 동쪽에 자리 잡았다.

이곳의 건물은 약 200채로 궁전, 신전 등이 있지만, 대부분이 가옥이나 곡식 저장고였다. 또한 수준 높은 인공 관개시설이 있어 계단식으로 만든 경작지에서 농사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 유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인티와타나와 토레온이다. 북쪽 끝의 언덕에 위치한 인티와타나는 매우 정밀하게 깎은 돌로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쪽의 왕궁 구역에는 특이한 건축물인 반원 모양의 토레온이 솟아 있고 바닥에는 독특한 모양이 새겨진 바위가 있다. 아름답고 둥근 돌담이 있는 타원형 건축물의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이 바위에 정교한 그림자를 남긴다.

피차쿠텍 황제는 마추 픽추를 사랑하여 이곳에서 겨울을 보냈다고 한다. 사후에도 미라의 모습으로 머물렀다. 잉카인들은 피차쿠텍 외에도 약 1천2백여명이 미라가 된 왕을 모셨다고 한다. 잉카 제국은 미라를 숭배했다. 잉카인들은 죽은 자가 미라로 남겨지면 영혼이 깃든다고 믿어 한집에서 같이 살며 산 사람과 똑같이 대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1540년 에스파냐 군대가 쿠스코에 보관됐던 피차쿠텍의 미라를 불태워 버렸다. 그래서 그의 시종들은 마추 픽추를 떠났고, 그 후 400년의 세월동안 이곳은 기나긴 수면에 빠졌다.

/글 사진 박명화=상상출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