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걸맞는 문화예술작품 상품화 적극 나서야 광주매일신문·광주발전연구원·전남발전연구원 공동기획 광주·전남 국제도시 서두르자 제3부 광주에 문화를 입히자 <2>지역 대표 콘텐츠 육성 비엔날레 등 국제수준 행사 불구 작품 수준 못미쳐 예술인 역량·지자체 효율적 지원 시스템 구축 절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30일(목) 20:16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광주디자인비엔날레·광주아트페어 등 미술축제와 페스티벌 오! 광주-브랜드공연축제·세계아리랑축전·정율성축제 등 공연분야 국제행사를 열고 있지만, 행사 개최지에만 머물러 있을 뿐 행사가 배출한 스타예술인이나 작품은 거의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 /광주매일신문 DB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등을 맞고 있지만 정작 광주를 대표할만한 문화브랜드나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대로 가다간, 아시아 속 문화중심지가 아니라 한국 내 문화중심도 될 수 없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내년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정식 개관되면 내국인뿐 아니라 해외 문화예술인들을 광주로 끌어들일 예술적 콘텐츠나 작품 등 매력적 대책이 필요한데, 지금 광주에서는 이와 관련된 현황이나 가능성을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자의가 됐든 타의든 광주는 이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국제적 이름표를 달게 됐지만, 이에 걸맞은 세계적 대표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문화전문가들은 “광주가 진정한 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광주만의 문화예술작품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저력을 다져야 한다”며 “하지만 이는 예술가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광주시의 전반적인 밑그림과 지원이 병행되는 정책 수반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아 제언했다.

◇알맹이 없는 순수예술창작분야

미술·공연 등 순수예술창작분야의 콘텐츠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 또 이 부문을 대표할만한 광주만의 작품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열악함과 부재 그 자체다.

특히 광주는 예술 관련 행사 개최지에만 머물러 있을 뿐, 그 행사가 배출한 스타예술인이나 작품은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단언이다.

실제로 광주에서는 미술의 경우 광주비엔날레·광주디자인비엔날레·광주아트페어 등이 굵직하게 열리고 있고, 공연의 경우 페스티벌 오! 광주-브랜드공연축제·세계아리랑축전·정율성축제·광주국제영화제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개최 이래 대표할만한 작품을 상품화한 경우는 없다.

심지어 창설역사가 20년에 달한 광주비엔날레는 아직도 이렇다할 지역적 콘텐츠나 세계적 상품이 없어 ‘잘 나가는 감독·큐레이터·작가들의 순회지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 페스티벌 오! 광주-브랜드공연축제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공연을 발굴해 축제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로 전락하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공연작품을 발굴하겠다는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축제프로그램은 기존에 있던 전국 각지의 작품 수합에 그치고 있다.

◇광주문화콘텐츠산업 전국 꼴찌 수준

광주는 문화콘텐츠산업분야에서도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광주의 문화콘텐츠산업 매출은 8천26억5천만원으로 전국(85조9천727억원) 대비 0.9%에 불과, 전남(4천47억6천500만원·0.5%)과 함께 전국 꼴찌수준을 나타냈다. 광주의 문화콘텐츠 업체 수도 현재 3천949개로 전국(11만1천586개) 대비 3.5%에 그쳤고, 종사자는 1만1천685명으로 2.1%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주를 대표할 콘텐츠상품 개발·유통·성공 등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푸념 섞인 말이다.

앞서 광주시는 2000년대 들어 문화콘텐츠 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2002년)을 중심으로 국제문화산업창의원 창설(2006년), 문화콘텐츠 기획창작스튜디오 개관(2007년), 문화산업투자진흥지구 지정(2010년), 광주영상문화복합관(2010년), 광주 CGI센터 개관(2012년) 등 굵직한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해왔지만 미숙한 상호연계·차별성 부재 등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예술성=광주브랜드

그렇다면 밖으로 내세울 수 있는 광주만의 대표 콘텐츠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요컨대, 문화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적절한 행정적 지원과 예술인·기획자들의 창의적 작업이 효과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말은 참 쉽지만, 가장 어려운 말이다. ‘적절한’과 ‘창의적’이란 단어처럼 모호한 것도 없지만, 꼭 지켜야만 성공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에 관한 모범적인 교훈이 광주에 있다. 지난 2011년 급제작된 10억원 짜리 공연작 ‘쟈스민 광주’의 실패가 바로 그 사례이다. 강운태 전 광주시장은 2011년 취임 후 바로 영국 애딘버러시를 방문, 축제 교류 추진을 제안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광주문화재단은 4개월 만에 에딘버러페스티벌 참가작 ‘쟈스민 광주’를 완성해야 했다. 광주시는 제작 내내 “광주만의 대표공연상품이 드디어 나왔다”며 들뜬 홍보를 펼쳤다. 그 와중에 제작비는 10억원을 육박했다. 번개불에 콩 볶듯 급조된 작품은 흥행에 실패하며 결국 1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에딘버러와의 교류도 실패했다.

지자체가 돈만 들고 앞장서 예술인들을 들볶은 결과는 이렇듯 참담한 전시행정으로 끝나게 된다는 전형적 교훈인 셈이다. 문화·예술적 상품화와 상품화된 작품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선 지자체의 행정적·조직적 지원이 병행돼야 하지만, 행정적 지원이 예술적 창조작업을 가로질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광욱 광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술·공연 등 예술인 개개인이 그 땅의 대표상징물을 만들어내기란 매우 어려운데다 파급력도 낮아서 지자체 등 관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그곳만의 대표 예술품을 만들어 유통까지 시키기 위해선 민과 관의 협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이 민을 지원해주면서 단기간에 성과물을 요구하다보니 민과 관의 신뢰가 깨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민의 자생적 발전을 위해 관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