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경매장에 광주 예술품이 오르려면 김광욱 |
| 2014년 10월 30일(목)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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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술유통상을 만날 수 있었다. 개인 소개를 하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광주 출신의 아무개 작가 이름을 대면서 그 작가의 도록이 왜 없냐는 것이었다. 홍콩에서 간혹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이 있는데 도록이 없어 소개하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했다.
이를 광주시와 문화재단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나름대로 해외도시와 교류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주 작가와 예술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민간 영역까지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장기간에 걸쳐 특정 지역에만 몰두하는 것도 교류와 협력 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예술품 유통은 어디까지나 민간의 영역이므로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기 위해서 민과 관의 협치가 중요하지만 현재 예술유통의 참여자들, 그러니까 작가와 유통상 그리고 소비자들 간의 신뢰가 두텁지 않다. 이런 상황을 정부는 사실상 방치했다. 개인의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중산층의 관심이 미술품에 집중됐을 때 미술품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예술이 아니라 탐욕의 대상이 됐고 거품이 붕괴되면서 스스로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신뢰 형성은 모든 정책의 시작과 끝이라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다. 공든 탑을 쌓는 심정으로 관에서 장기적인 정책적 접근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작가는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유통상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유통과정과 그에 따른 자본의 분배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 받고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는 마을만들기처럼 국가차원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대개의 지역 예술품 유통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국제시장 진출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지역 인프라 확립과 국제시장 진출이 단계적으로 이행돼야 할 과제는 아니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지역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화랑들에게 교통비 등의 실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작가의 자연스러운 해외 진출을 도모할 수 있고, 영세한 지역 화랑들의 영업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와 화랑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상생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가급적 민간 영역에 많은 기회를 부여해 광주 문화예술의 기초체력을 배양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참여자들의 불신과 취약한 유통 인프라는 지역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개인의 역량문제로 생각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광주 화랑들은 전속 작가를 두고 운영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다보니 작가에 대한 홍보도 스스로 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창작해야 할 시간에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들의 창의성 제고는 작가들이 예술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뒤에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다.
피겨스케이터들이 연습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도 확보할 수 없는 현실에서 제2, 제3의 김연아가 계속 나와 주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욕심일 뿐이다. 홍콩 경매장에 광주 예술품이 오르려면 그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