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더불어 도시를 디자인하자 박준필 광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4년 11월 06일(목) 20:10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디자인을 품은 도시에 대한 바람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를 디자인하고자 하는 목적은, 과거의 장소성을 지킨다거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도시의 특이성을 갖춘다거나, 소박하고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등의 행위를 통해 시민과 방문객이 시가지에 애착을 느끼게 하여 이것이 시민에게는 자긍심, 방문객에게는 방문도시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게끔 만드는데 있다. 도시를 디자인하는 대상을 공공과 민간의 영역으로 나누어 보면, 공공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가로시설물과 공공건축물, 공원과 하천 등이고 민간의 경우 개별필지 또는 획지내에서 이루어지는 건축물과 부속물, 조경이며 이들 공공과 민간의 영역은 각기 개성과 조화로 도시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차도, 보도, 턱, 신호등, 표지판, 볼라드, 가로등, 가로수 등 다양한 가로시설물이 모여 인접한 건축물 또는 공간과의 긍정적인 연계를 이루어내고 이들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면 도시의 작은 단위라 할 블록의 디자인이 완성되며 개성과 조화가 넘치는 블록이 면적으로 확산되어지는 경우 비로소 도시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이 마무리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광주는 과연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일까? 몇년 전부터 디자인과 관련한 행정계획이 수립되어 시범사업도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아직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즉, 공공이 시범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나 해당지역의 주민, 조경·경관·디자인·건축·도시분야 전문가, 여론 등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단계이기도 하면서 민간의 호응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의견수렴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신속한 사업의 추진보다는 신중하게 사고하여 사업 이후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업추진의 결과에 대한 책임과 자부심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신속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논의의 장이 중단되어 버린다거나 아니면 한참이 지난 후 어느날 갑자기 재개되는 등의 행태이다. 비록 여러 의견의 난립으로 진행이 어려울 지라도 이것이 반드시 사업 목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의견수렴의 절차를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민간은 디자인을 품은 도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자신의 집이나 가게, 건물의 공공 공간과의 인접한 곳이나 맞닿아 있는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아직 디자인에 대한 시민의식은 걸음마단계가 아닌가? 공공에서 가로시설물의 정비나 디자인 개선을 통해 해당지역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고자 해도 여전한 옥외광고물, 간판, 보도를 침범하는 영업행위 등으로 공공의 노력에 호응하지 못하는 양상을 나타내는 것이 현실이고 다중이용시설에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주변의 디자인을 개선한다고 할 때 무신경하게 지나치고 그저 바뀌었나 보다 하는 정도로만 느끼는 우리가 아닐까?

몇년 전 공공건축물에 디자인을 입힌 시도로 유명한 구마모토를 방문하여 당시까지 건축된 30개소 정도를 일일이 다녀보면서 몇몇 시민들에게 이런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그들의 대답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었다. 공공의 노력으로 전문가들에게는 관심의 대상, 다른 지자체에게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정작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무관심한 대상일 뿐이었다. 결국 디자인을 품은 도시를 만드는 노력은 행정과 전문가가 앞서야 할 것이지만 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협조하는 시민이 없다면 그 효과는 스러질 수도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