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광주비엔날레, 이제 개혁안 밝히라

2014년 11월 10일(월) 20:27

9월 5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66일 일정을 마치고 9일 폐막했다.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를 주제로 38개 국 103작가(111명)가 참여해 111개 작품 413점을 선보였다.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5대 비엔날레라는 국제적인 위상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혼란과 지역 미술계와의 소통 부족 등 문제점을 드러내며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정신’을 되새기고자 마련한 20주년 특별전이 걸개그림 ‘세월오월’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르는 등 씻기 어려운 상처도 입었다. 성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광주 정신을 보듬고 지역 미술인과 함께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커다란 과제로 떠올랐다.

20주년 행사에서 가장 큰 오점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다.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세월오월 그림 전시를 막기 위해 예산 반환을 압박 수단으로 쓰는 것이 과연 광주정신인가?’라는 아주 창피한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설상가상 흥행에도 실패했다. 이번 관람객은 20만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2년 행사에는 22만8천 명이 관람했으며 2010년에는 32만8천 명이 관람해 행사를 거듭할수록 관람객 숫자가 줄고 있다. 1995년 1회 행사 때 100만 명 이상이 찾은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채 안된다.

이제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0회 대회의 실패를 인정하고 약속한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광주비엔날레의 창설문은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 건강한 민족정신을 존중하며 지구촌시대 세계화의 일원으로 문화생산의 중심축을 자임한다. 동서양의 평등한 역사창조와 21세기 아시아 문화의 능동적 발아를 위하여, 태평양시대 문화공동체를 위하여 다양한 민족문화의 고유한 생산방식을 존중한다’고 되어있다.

예향 광주의 뿌리 아래 광주의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고자 태동했다면 이제 20년 성년이 된 마당에는 그 의미에 충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광주정신’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도 정작 기획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해 정체성의 혼란을 부채질했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된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이제 조직 인력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스캐줄을 밝히고 제대로된 개혁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